복지부·식약처·국조실,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서 논의
시장 즉시 진입 의료기술 제도…80~140일 절차 단축
3년 간 즉시 사용…AI 진단보조기기 등 140여개 품목
국제 기준 임상평가…환자 직접 신고 등 안전성 확보
환자 부담 경감 필요 시 조기에 건보 급여 여부 결정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인공지능(AI) 진단보조기기, 의료용 로봇 등 혁신적 의료기기가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시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의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는 동시에 문제가 되는 기술은 사용 중단 조치하고 시장에서 퇴출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무조정실은 21일 제4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새로운 의료기기 시장진입 절차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의료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허가받은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의료 기술도 기존 건강보험 등재 목록(급여·비급여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의 의료 기술도 의료 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 등의 선진입 제도를 도입해 왔다.
그러나 새롭고 다양한 의료기기의 발전 속도를 제도개선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시장진입이 지연되고 선진입 제도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이므로 안전성 검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비급여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환자 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의료기기의 시장 선진입을 지원하면서 안전성을 담보하고 환자 부담을 줄이는 '시장 즉시 진입 의료 기술 제도'를 마련했다. 기존에도 의료기기 시장 선진입 제도가 존재했지만, 선진입 기술로 선정되는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하고 기술 사용 시 준수사항 등 규제가 많아 애로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시장 즉시 진입 가능 의료 기술' 경로가 신설된다. 기존에는 새로운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4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대 490일이 소요됐다.
이번 제도 신설로 의료기기 인허가(~80일)와 기존 기술 여부 확인(30~60일) 등 1~2단계 절차로 80~140일 이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의료기기 허가, 기존·신기술 여부 확인 절차 또한 동시 진행이 가능해 시장 진입 기간을 최대 80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
단축된 절차로 시장에 진입한 새로운 의료기기는 3년 간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 즉시 진입 대상 의료기기는 의료 기술 내 의료기기의 독립적인 활용도가 높은 품목을 우선 선정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검토 중인 의료 기술은 디지털 치료기기 7개, 체외 진단 의료기기 37개, 인공지능 진단보조기기 93개, 의료용 로봇 3개 품목 등 140여개 품목이다.
시장에 즉시 진입하는 기술이더라도 의료인이 임상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증을 강화한다. 허가 단계에서 임상 평가는 국제기준(IMDRF)에 맞춰 임상시험·경험·문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대상 질환·사용 방법 등을 구체화한다.
의료현장 사용 과정에서 안전성도 확보한다. 부작용·사고를 지속 모니터링해 문제 발생 시 업체와 사용기관 등이 의무 보고하도록 장치를 뒀다. 사용 전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부작용 등에 대해 환자 직접 신고도 가능하다. 위해 수준이 높은 기술은 사용 중단 조치해 시장에서 퇴출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기기를 실제 사용했는데 어지럼증, 전자파가 너무 강해 자녀 출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오남용이나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시 진입 기술의 비급여 사용 현황을 반기별로 모니터링해 임상적 중요성이 크거나 비용 부담이 높은 항목 등을 파악하고 관리한다. 모니터링 결과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진입 기간(3년)에도 조기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해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장에 즉시 진입한 기술에 대해서는 즉시 사용 기간인 3년이 지나면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하고 기술의 종합적인 가치를 등급으로 분류한다. 평가 결과는 국민에게 알리고 우수한 기술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3년이 지난 후 A~D등급으로 나눠 국민에게 알리는 방안이다. 만약 써도 된다는 판정을 받더라도 D등급을 받은 의료기기 기술에 대해 환자와 병원의 동의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자동 퇴출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비급여 관리를 엄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새로 진입하는 예외적인 것들에 대해 실제 현장과 환자 치료에 활용해 보고 임상 현장에서 가치를 평가해 건강보험 급여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되는 기술은 의료 기술 목록 또는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 조치를 통해 현장에서 쓰일 수 없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러한 근거 마련을 위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시행규칙) 개정과 더불어 즉시 진입 대상 의료기기 품목 설정, 임상 평가 개선 방안 도입 등을 위해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 등에 관한 규정'(고시) 등 법령 개정 절차를 진행한다.
개정안 시행 전까지 즉시 진입 대상 의료기기 품목을 확정해 내년 하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그때까지 임상전문가 등 인력을 충원하고 전문가 풀을 넓혀 허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신의료기술의 신속한 시장진입 촉진과 안전성 검증 강화 등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시장 즉시 진입 의료 기술 제도'를 마련했다"며 "향후 법령과 지침을 조속히 개정하고 관계기관의 협업을 지속해 개선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남희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장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만큼 식약처는 시장에 즉시 진입하는 기기가 안전한지 확실히 검증하고 현장의 사용 과정에서 부작용 발생 여부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과 개선 방안을 시행하면서 제기되는 의견들을 수렴·반영해 현실 적합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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