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테러에 테러로 맞선다" 등 비공개 비난 여러 차례
"가자 전쟁 집단학살 성격…법적 정의에 해당하는지 결정해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프란체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조사해 집단학살의 법적 정의에 해당하는 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이스라엘에 대해 비공개로 “집단학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집단학살 공개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의 공개 조사 요구는 이탈리아 라 스탐파 지에 실린 서적의 초록에 나와 있다.
교황은 19일 출간 예정인 서적 “희망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은 세상을 향한 순례(Hope Never Disappoints: Pilgrims Toward a Better World)”에서 그같이 밝혔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집단학살의 성격을 가진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법률학자와 국제기구가 정한 기술적 정의에 해당하는 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바티칸 대사 지명자 야론 시데만은 교황의 발언에 대해 X에 올린 글에서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 국민들에 대한 집단학살이 있었다. 이후부터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시민을 살해하려는 7개 전선에서 자위권을 행사해왔다”며 교황의 지적을 거부했다.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4만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교황은 재임 동안 이스라엘을 강력히 옹호해왔다. 그러나 일부 유대인들은 가자 전쟁과 관련한 교황의 발언에 크게 반발해왔다.
지난 11월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 미사에서 가자 전쟁이 “전쟁을 넘어선 테러”라고 말했었다.
교황은 그보다 한 달 전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이스라엘이 “테러에 테러로 맞서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스라엘은 제노사이드협약의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의 행위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종, 민족 집단의 일환인 팔레스타인 주민” 파괴를 노리는 “집단학살적 성격”이라며 제소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하마스 해체를 목표로 한다고 반박했다.
1948년 체결된 집단학살 범죄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은 집단학살을 국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은 집단학살을 “국가, 민족, 인종, 종교 집단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저지르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에는 집단 구성원을 살해하거나 신체적 또는 심리적 가해를 가함으로써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출생을 금지하거나 아동을 강제 이동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협약 가입국은 153개국이며 41개국이 가입하지 않고 있다.
전쟁 1년이 지나면서 가자의 220만 주민들 과반수가 계속 쫓겨 다니며 지저분한 수용소나 폭격으로 무너진 주택 잔해에서 살고 있다. 의료시설의 붕괴로 핵심적인 의료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구호단체들은 몇 주 째 포위돼 집중 공격을 받는 가자 북부의 상황이 세상의 종말과 같다고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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