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포근한 날씨에 겨울 옷 판매 '얼음'
어려운 주머니 사정…"단가 높은 옷 안 팔려"
"겨울철 난로처럼 상인 마음을 녹여줬으면"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남의정 인턴기자 = "원래 이맘때쯤 되면 추웠는데 올해는 유난히 후덥지근해서 겨울 옷을 못 꺼내고 있어요."
겨울에 다가선 15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동대문 의류 도소매 종합상가 제일평화시장에서 만난 50대 상인 박영희(가명)씨는 진열된 옷을 다림질하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겨울 옷 판매를 준비해 둔 그는 "11월 중순인데도 두꺼운 패딩·니트보다 경량 패딩과 얇은 셔츠들이 더 나간다"며 "경량 패딩은 원래 10월까지만 내놓는데 아직도 팔린다"고 말끝을 흐렸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에는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전날은 32년 만에 가장 포근한 수능일로 기록됐다.
예년 기온을 크게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며 의류 업계에서는 재고로 쌓인 겨울 의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대에는 코트보다 맨투맨과 청자켓 등 초가을용 옷이 눈에 띄게 많이 진열돼 있었다. 일부 점포는 여름용 원단으로 만든 반팔셔츠 등을 여전히 내놓고 판매하는 모습이었다.
박씨는 "물건을 떼러 오는 옷 가게 사장들도 예전에는 (겨울 옷) 10장을 미리 떼가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지금은 아예 1장 구매를 할까 말까"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 매장을 방문한 한 여성도 진열된 얇은 목폴라와 니트를 살펴보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겨울철 외투 판매량이 줄어들어 상인들은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호소했다.
우소율(28)씨는 "옷 가게 사장님들이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날씨가 따뜻해서 겨울 옷이 안 나간다는 것"이라며 "좋은 재질을 쓰는 겨울 옷은 훨씬 고급 제품이다. 그래서 (여름옷과는) 단가 차이가 많이 난다. 요즘에는 가을 옷도 안 나가고 여름옷을 여러 겹 입는 경우가 많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는 포근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기온이 영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금 영상 10도를 훨씬 웃도는 탓에 겨울 옷 수요는 예년보다 크게 적은 상황이다.
벨포스트 상가 1층에서 만난 50대 상인 고모씨도 "매출이 반 이상 크게 줄었다"며 "중국 소비자로 인해서 그나마 매출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 구매자는 거의 죽은 셈"이라고 토로했다.
고씨는 "가게 문을 닫는 분들도 많다. 옛날에 100만원 정도 사가던 분들이 이제는 30만원 정도 사가는 데 그친다"라면서 "11월은 겨울인데 요새 이상기온 때문에 준비해 둔 겨울 옷이 잘 팔리지 않는다. 가을 옷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불경기로 속을 앓던 상가는 오는 18일로 예고된 영하권 추위에 기대어 영업을 이어갔다.
50대 상인 최모씨는 "오늘은 (옷이) 몇 벌 안 팔렸어도 내일은 팔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버틴다"라며 "그래도 겨울은 오니까 한겨울 난로처럼 여기 상가분들 마음을 녹여줬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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