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카메라·CCTV로 국민 사생활 해외로 생중계…정부 'IP카메라 보안강화 방안' 마련
해외 직접구매 제품은 '사각지대'…비밀번호 변경 등 스스로 보안 수칙 지켜야
초기 비밀번호 변경은 필수·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꺼두거나 가려야
#A씨는 최근 소름 끼치는 경험을 했다. 오랜만에 들른 온라인 펫 동호회에서 '펫캠 영상이 유출됐다'는 글을 클릭한 순간, 자신의 집 내부가 찍힌 영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영상에는 집 안에서 잠옷을 입고 있는 A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충격을 받았다.
원인은 얼마 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펫캠이었다. 출근 후 강아지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단순한 목적으로 펫캠을 설치했기 때문에 별다른 보안 설정을 하지 않고, 공장 초기 비밀번호 상태로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굳이 비밀번호 설정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 결과 누군가가 원격으로 접속해 사생활을 엿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 일을 겪고 난 후 A씨는 비밀번호 설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즉시 펫캠을 비활성화하고 비밀번호를 강화하는 등 보안 조치를 취했지만 언제 또 비슷한 해킹사고를 당할 지 찜찜하다.
직구 제품은 사각지대…인식 개선 캠페인·자발적인 보안 수칙 준수 필수
이달 초에도 국내 가정집 거실, 산부인과, 탈의실 등 민감한 장소에서 촬영된 약 500여건의 영상이 유포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구체적인 지명, 날짜,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제목이 포함된 것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사생활이 '생중계'되는 지경에 이르자, 정부도 부랴부랴 종합 대응방안을 내놨다. IP카메라 제품 설계시 높은 수준의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기능을 탑재할 것을 의무화하고, 병원·쇼핑센터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보안인증을 통과한 IP카메라만 설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조치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카메라가 설치된 사업장에서 영상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 과징금 제재까지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 직구 등을 통해 국내 유통되는 IP카메라 제품들의 보안 실태를 점검하고,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집중 단속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이같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IP카메라 해킹을 통한 사생활 유출 피해가 잦아들 지는 미지수다. 이용자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저가형 제품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펫캠' 혹은 노인·어린이 돌봄용, 가정 방범용 등으로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일반 이용자들이 가정에서 쓰는 IP카메라의 경우, 중국 해외 직구를 통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P카메라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광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애플 아이폰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 때문에 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처럼, 국가와 기업이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또 개인은 해외 직구 제품의 경우 보안 취약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비밀번호 변경 등으로 보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용 전에 비밀번호 변경은 필수…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둬야
IP카메라 설치 후 기본 비밀번호를 무조건 바꾸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많은 IP카메라는 공장 출하 시 기본 비밀번호로 설정돼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위험이 있다. 비밀번호는 복잡한 조합(대문자, 소문자, 숫자, 특수문자 포함)으로 설정하고, 일정 주기마다 변경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IP카메라 중 일부는 게스트 모드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 기능이 활성화돼 있을 경우, 누구나 별도의 비밀번호 없이도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설정 메뉴에서 게스트 모드를 확인하고, 필요하지 않다면 반드시 비활성화해야 한다.
아울러 IP카메라는 공유기, PC, 스마트폰 등과 연결되므로, 이러한 장치의 보안이 약하다면 카메라 영상도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공유기와 연결 기기의 비밀번호 설정을 강화하고 정기적으로 보안 소프트웨어(백신 프로그램)를 사용하며, 최신 보안 업데이트를 설치해 기기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IP카메라를 계속 켜두면, 외부에서 불법적인 접근을 통해 영상이 유출될 수 있다. 카메라 연결이 꼭 필요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둬서 불필요한 노출을 방지해야 한다.
카메라 제조사들은 보안 강화를 위해 펌웨어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펌웨어는 전자 기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로, 기기의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운영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카메라 메뉴에서 최신 버전의 펌웨어가 설치돼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면 즉시 설치해 보안 취약점을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