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월 모두 현 수능 체제 들어 '역대급'…불에서 물
물수능은 의대증원, N수생 급증 속 변별력 논란 우려
불수능은 킬러문항 배제 기조 두고 따가운 시선 예상
주요 입시업체 가채점 서비스 오후 7시30분부터 공개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의과대학 증원 이후 첫 시험인 데다 'N수생'이 21년만에 가장 많아진 만큼 '상위권 적정 변별력'을 맞춰 출제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쉬운 '물수능'이었다면 동점자 양산 우려가 커질 수 있고 너무 어려운 '불수능'이 되면 킬러문항 배제 기조에도 사교육을 부추겼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본부는 매년 6월과 9월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치른 뒤 수험생 수준과 경향을 판단해 수능 출제 기조를 잡아 왔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유독 두 번의 모의평가 체감 난이도 변화가 심해 '널뛰기 논란'이 불거졌다.
수능 난이도는 국어, 수학의 표준점수로 주로 가늠한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전체 원점수 평균이 낮아지면 만점자 표준점수(최고점)은 상승한다. 쉬우면 표준점수는 하락한다.
올해 6월 모의평가는 현행 '공통+선택과목' 체제가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치러진 모든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고 표준점수는 국어와 수학이 각각 148점, 152점이었다. 수학은 2022학년도 이후 모든 시험을 통틀어 가장 높았고, 국어도 '불국어'라 불린 지난해와 2022학년도 수능(각각 150점, 149점)에 견주는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수험생들의 경쟁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조차 1등급(원점수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비율이 1.47%에 그쳤다.
오승걸 평가원장도 당시 "출제경향 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적응도 등 올해 응시 집단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출제하겠다"고 시인했다.
그런데 이어서 치러진 9월 모의평가는 국어와 수학의 최고 표준점수가 각각 129점, 136점으로 대폭 하락했고 영어 1등급 비율은 10.94%까지 상승했다.
국어와 수학은 2022학년도 이후 가장 쉬운 수준이었다. 국어 최고 표준점수는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127점) 다음으로 낮았고 수학은 현행 체제에서 가장 낮았다.
많은 입시 전문가들은 9월보다는 어려운 수준에서 수능이 출제됐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의대 증원과 N수생 급증을 고려해 일부는 6월만큼 어렵겠다고 내다봤다.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킬러문항 배제'와 '사교육 경감' 정책 기조가 헛구호 아니냐는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는 입시학원 출신 재수생 단 1명이었고 수학 22번은 가채점 정답률이 1~5% 수준에 불과했다.
9월 수준의 '물수능'이 나올 경우 정시 전형에서 변별력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동점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수능은 가뜩이나 N수생이 많이 참여한 상황에서 1~2문제 틀리면 1등급을 놓치는(9월 모의평가 국어) 상황에 놓이면 이듬해 수험생들이 다시 재수에 나설 수 있어 사교육 경감도 놓치게 된다는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긴장 속에 놓여 있을 출제본부는 이번 수능에서 예년과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초고난도 문항은 피하되, 중저난도 문항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매력적인 선지를 배치해 수험생들의 풀이 시간을 늘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BS와 메가스터디교육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온라인을 통해 수험생들이 입력한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등급컷, 표준점수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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