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130여 년만에 미국 시카고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실이 새롭게 탄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시카고박물관 한국실 확장 재개관을 기념해 오는 2026년 9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대여 전시한다고 8일 밝혔다. 전시기간 중 국가지정문화유산을 포함한 특집 전시는 내년 2월3일까지 열린다.
시카고박물관이 7일(현지시간) 새로 개관한 독립된 한국실에는 다양한 한국 미술 전시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다각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 수 있게 됐다.
시카고박물관 한국실 확장 이전 재개관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으로 진행됐다. 기존보다 3배가량 확대된 새로운 상설전시 공간에서 한국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엇보다도 자체 소장품을 보유한 지 100여 년 만에 독립된 한국실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첫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가 한국실 확장 개편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의미있는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관 기념 전시에는 금관과 금제 허리띠를 책가도 병풍, 분청사기, 백자 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4건 24점과 불상과 고려청자, 현대미술품 등 시카고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해 61건을 공개한다.
보존 처리를 마치고 100년 만에 공개된 시카고박물관 소장품 18세기 불상은 한국 불교문화를 소개한다. 시카고박물관의 고려청자 소장품으로 한국 다도 문화를 다룬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는 책가도 병풍을 비롯해 분청사기·백자·연적과 벼루로 조선시대 물질 물화와 문화적 변화를 보여준다. 한지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 작품 전광영 작가의 작품도 소개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품은 보물 서봉총 금관과 금제 허리띠다. 서봉총 금관은 맞가지 모양과 엇가지 모양의 장식 등 기존에 출토된 신라 금관들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주지만, 다른 금관에는 없는 열 십(十)자 모양의 금판과 봉황 모양 장식 등 화려함이 돋보인다.
과학적 조사를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작한 연적 구조와 물길을 보여주는 고화질 영상은 전시 기간 한국실에서 상시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시카고박물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박물관과 함께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표적 문화기관이다. 1920년대부터 한국미술을 수집해 왔으며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도자, 회화, 현대미술품 300여 점 등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100여 년 수집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전시실이 없어 중국실 내에 위치한 몇 개 진열장에서 한국 문화유산을 전시해 왔다. 진열장의 한계로 고려청자 위주의 도자 전시 등만 이루어졌던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간 한국 문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온 시카고박물관은 더 확장된 공간에서 더 많은 관람객을 맞이하며, 폭넓고 깊이 있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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