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리읏 군, 강릉아산병원에서 대수술 뒤 지난 5일 귀국
[강릉=뉴시스]이순철 기자 = “저는 간호사가 꿈이에요. 나중에 저 같은 아이들 곁에서 정성스레 간호해 주며, 희망을 주고 싶어요”
강릉아산병원에서 선천성심질환으로 심장 수술을 받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홀로 날아온 홍 리읏(Hong Reach,18) 군은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했다.
현재 홍 리읏 군은 성공적으로 수술받고 건강을 회복해 지난 5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리읏 군의 치료비용은 전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강릉아산병원에서 지원했다.
한 소년이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강릉아산병원의 선행이 주변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강릉아산병원 소아심장협진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보배 교수는 “환아(홍 리읏)가 낯선 땅에 혼자 와도 겁먹지 않고 씩씩하게 수술을 받아줘서 고맙다”며, “평범한 아이들처럼 많은 경험을 해 꼭 본인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꿈인 홍 리읏 군은 선천성심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병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외부활동은 물론이고 가만히 앉아 공부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조금만 지나도 쉽게 피로해지고 호흡곤란으로 인한 발작이 왔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꿈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소년은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 심실중격결손, 대동맥 기승, 우심실 비대가 모두 동반된 ‘활로씨 4징’으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40세까지 95%가 사망하는 병이다.
시골에서 농사 중인 조부와 같이 사는 소년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열악해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했다. 결국, 소년의 건강은 점점 안 좋아져 갔다.
다행히도 지난 2023년 3월, 캄보디아로 의료봉사를 나간 한국 의료팀 덕분에 한국에서 심장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소년은 꿈에 한 발짝 가까워져 기뻐했다. 여느 평범한 아이들처럼 공부하고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술 후 현지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소년은 감염성 심내막염이 발병했다. 이는 감기와 같은 평범한 감염만으로도 심장 내막에 세균 덩어리를 형성할 수 있는 병이다.
덩어리가 도관을 막으면 사망까지 이르기 때문에,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소년의 사례는 고난도 의료 기술을 필요로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어느 병원에서도 수술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강릉아산병원은 소년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한국으로 초대했다.
10월 24일 오후 1시, 홀로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한 소년은 소아심장의 명의인 강릉아산병원 소아심장협진팀 소아청소년과 김영휘 교수가 맡아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심장에 세균 덩어리는 없었지만, 심내막염으로 인한 기존 수술 부위의 문제로 신속한 수술이 필요했다.
10월 28일 아침 9시, 소년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수술을 집도한 전보배 교수는 37kg밖에 안 되는 왜소한 소년의 가슴을 가르기 시작했다. 수술방에는 메스 소리와 소년의 심장 박동을 알리는 기계 소리만 가득했다.
수술은 당일 오후 5시가 돼서야 끝났다. 수술방을 나오는 전 교수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전 교수는 “환아가 흉곽 기형이 있는 등 워낙 어려운 사례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심실중격결손 폐쇄술을 시행했고, 무사히 수술이 끝나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소년은 중환자실로 이동해 강릉아산병원 의료진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순조롭게 회복했다. 병원은 소년의 퇴원을 기념하는 소소한 축하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소년은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 5일 귀국했다.
퇴원 축하 자리에서 홍 리읏 군은 “점점 멀어져 가는 간호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게 지켜준 강릉아산병원 직원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꼭 꿈을 이뤄 도움받은 만큼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아산병원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라는 故정주영(1915~2001) 아산병원 설립자 뜻에 따라 의료복지 지원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1996년 개원이래, 현재까지 총 3만9000여 명의 환자가 진료비를 지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