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국가장학금 지원구간 지적
"소득·재산 하위 50%가 최상위 '9구간' 산정될 수도"
정부, 내년부터 8구간→9구간 이하로 지원대상 확대
수혜자 규모, 전체 재학생 대비 47.6%→72.6% 추정
들쭉날쭉 지원구간 탓…"향후 재정 부담 될 수 있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학생 국가장학금의 액수와 지급 자격의 기준인 '학자금 지원구간'이 소득 수준과 맞지 않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득·재산이 하위 50%인 학생이 최상위권인 9구간(전체 10구간)으로 산정되는 등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국가장학금은 학생 본인과 가족의 소득과 재산 수준을 계산해 산출되는 소득환산액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다.
기초·차상위계층은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 그 이상은 소득환산액이 낮은 순서대로 '학자금 지원구간' 10단계를 나눈 후 구간별로 지원 금액이 정해지는 구조다.
올해는 8구간까지만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9구간까지 지원 대상 확대를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1~3구간은 최대 570만원, 4~6구간은 420만원, 7~8구간은 350만원, 9구간은 100만원을 각각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렇게 결정한 배경은 국가장학금을 못 받는 학생이 느끼는 '지원 절벽' 때문이다.
2022년부터 8구간 지원 단가가 최대 350만원으로 전년도 67만5000원 대비 대폭 확대됐다. 올해 일반대 1인당 평균 등록금이 683만원(대학정보공시)인 점을 고려하면 '반값 등록금'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나아가 9~10구간이 세간의 시선처럼 그렇게 고소득층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138만명으로 전체 대학 재학생 202만명 대비 68.4% 수준이다.
그런데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결과 국가장학금 수혜자는 신청자 대비 69.5%였다. 전체 재학생 대비 47.6%에 그쳤다.
기초·차상위 계층(11만명)을 뺀 나머지 신청자들은 구간별로 고르게 분포되지 않고 들쭉날쭉했다.
9구간(20만명)은 재학생 대비 9.9%, 10구간(22만명)은 10.9%에 해당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1구간은 5.9%, 2구간은 4.5%, 5구간은 2.3%, 6구간은 6.8%, 8구간은 8.8% 등 식으로 분포가 각각 달랐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학자금 지원구간을 가르는 경곗값 기준이 구간별로 상이하다는 점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9구간은 4인가구 기준중위소득 대비 200% 초과~300% 이하다. 반면 1구간은 30% 이하, 2구간은 50% 이하, 3구간은 70% 이하 등 구간별 폭이 10~50% 사이에서 각각 다르다.
신청자의 구간은 소득만 보는 게 아니라 가정이 보유한 차량, 부동산 등 재산까지 합산해 정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학자금 지원구간과 통계청의 소득 10분위 자료를 비교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학자금 지원 8구간은 통계청 소득 5~6분위 수준으로 추정됐다. 월 평균 소득 544만원에 해당한다.
예정처는 "소득 수준이 (대학 재학생 중) 하위 50%에 해당하는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지원 9구간에 포함돼 그동안 (국가장학금을) 지원 받지 못하는 등 체계의 왜곡이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예정처는 지원 대상 확대 방침을 두고 "현행 9구간 범위가 넓어 과도한 재정 부담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원 대상이 9구간으로 확대된다면, 수혜자는 전체 재학생 대비 47.6%에서 57.5%로 늘어난다. 그간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던 학생들까지 고려하면 72.6%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학자금 지원 9구간은 통계청 소득 6~8분위로 추정됐다. 월 평균 소득은 577만원(6분위)부터 797만원(8분위)까지 이른다.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예산은 올해 4조974억원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3878억원(9.5%) 증액된 4조4852억원이 편성됐다.
이런 막대한 액수는 그간 대학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등록금 동결 규제를 고수해 온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의 제도 틀은 2011년 대학생들의 대규모 '반값 등록금' 시위로 마련됐다. 학생들이 받는 고지서상 등록금(명목 등록금)은 유지하지만 국고를 투입해 '실질적 반값 등록금'을 담보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 둑이 터지면 국가장학금 예산을 더 크게 늘려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정처도 "국가장학금은 지출 구조조정이 어려운 경직적인 재량 지출"이라며 "등록금 인상, 가계부담 완화 등으로 단가 인상 유인이 있어 향후 9구간 지원에 따른 예산 소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지원구간 재설계를 통해 정교한 지원을 도모하고 급격한 재정 소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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