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서부지법서 가처분 첫 심문기일
수험생 "문제지 先배포…공정성 침해 심각"
학교측 "일부 실수 있었으나, 곧바로 시정"
법원, 수능 다음날(11월15일) 전까지 결정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이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첫 심문이 29일 열렸다. 양측은 시험의 공정성 침해 여부와 재시험 가능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이날 오후 수험생 18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수험생 일부도 법정에 나왔다.
수험생 측 대리인은 "해당 시험은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수능 대신 100% 논술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시험"이라며 "수능과 맞먹는 관리가 없어 공정성이 침해됐다면 효력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측은 문제가 유출된 건 인정하면서도 학교 측의 과실이 아닌 개인의 부정행위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이는 바닥에 돈을 뿌려놓고 주워간 사람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측 대리인은 "신청인이 제출한 증거들은 대부분 익명 게시물이고,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른다"며 "당일 QR 체크(신원 확인) 로그 기록과 통화 기록을 보면 약간의 감독상 실수가 있었으나 곧바로 시정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만약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누가 어디로 전달해서 어떻게 활용했는지 확인해 조처할 일이다. 재시험을 치를 경우 성실하게 규정을 지켜 합격점을 얻은 학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재시험이란 요구할 권리 있는지 확인해야"
수험생 측은 당초 집단소송을 제기하며 가처분 신청 취지를 '논술시험 효력정지'로 기재했으나, 이후 '재시험 시행'으로 변경한 바 있다. 시험이 무효가 되더라도 학교가 재시험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대해 연세대 측은 "시험에 문제가 있었음이 인정되더라도 재시험 여부는 사립학교의 재량에 의해 결정될 문제"라며 "재시험 시 기존에 합격한 학생들이 '재시험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 전국적인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양측에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측은 시험 당일 문제가 된 고사장 내부의 타임라인을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그 내용에 일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 측은 해당 고사장의 경우 시험 시작 전 20~30분간 문제지를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교 측은 감독관이 문제지를 배부한 뒤 곧바로 문제를 깨달아 회수해 그 시간이 최대 3분이었다고 반박했다.
수험생 측은 해당 시험에 직접 참여한 수험생들의 진술, 당시 나눈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학교 측은 당일 신원 확인을 위해 사용된 QR 로그 기록과 감독관 통화 기록을 바탕으로 타임라인을 작성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 참여한 수험생 대표 이모씨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씨는 "누구는 문제를 알고, 누구는 모르는 상태에서 시험이 이뤄졌다면 그게 시험인지 의문"이라며 "재판부가 명명백백하고 공명정대하게 밝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15일(수능 다음날) 전까지 결과 나올 예정
이어 "수험생들이 마음껏 목소리 내지 못하는 입장이라 재판을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하게 된 것 같다"며 "수험생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빠른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입 일정 등을 고려해 수능 다음날인 11월15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날 진행된 심리를 토대로 양측은 오는 11월8일까지 추가 서류를 모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실시한 자연계열 수시 논술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한 고사장 감독관이 착각해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문제지를 배부했다가 20여분 뒤 회수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문제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포된 것이다.
이에 수험생 18명은 지난 21일 연세대 논술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부지법에 냈다.
이들은 문제가 된 고사장의 학생들이 다른 학생보다 시험 문제를 미리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 사용이나 화장실, 시험장 밖으로의 출입도 가능했던 만큼 시험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입장이다.
또 같은 시험에서 문항 오류가 있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학교 측은 당시 4-2번 문항 관련 20분의 추가시간을 부여했는데 강의실마다 문항 오류를 공지한 시간과 방식이 다르고, 학생들도 각자 해당 문제에 투자한 시간이 다른 만큼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연세대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시험에 공정성이 훼손된 행위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해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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