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위대하다"…아기 탄생에 필요한 에너지, 예상보다 24배 많아[사이언스 PICK]

기사등록 2024/10/26 11:01:00

최종수정 2024/10/26 11:08:16

기존 연구는 새끼·알이 보유한 직접 에너지량 등 측정…간접 비용 간과해

인간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 중 96%가 간접 비용…임신 중 호흡량 등 측정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간과 동물들이 임신하고 아기를 체내에서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경우 체내에서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수학 모델의 예측보다 최대 24배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학계에 따르면 호주 모내시대학교 연구진은 동물들이 새끼(아기)나 알을 품고 있는 기간 동안 필요한 추가 에너지가 기존 통설보다 훨씬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그간 학계에서는 동물의 성장, 먹이 섭취, 번식 등 생애 과정에서 에너지 요구량이 어떻게 변하는지 요구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사용해왔다. 이를 통해 동물의 진화 방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번에 많은 수의 새끼를 번식하는 이유, 난생과 태생의 각기 다른 장점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기존의 주요 수학 모델들이 예측한 것보다 최대 24배 더 많은 것으로 측정됐다. 외부 열원에 의해 체온을 조절하는 변온동물(외온동물)은 차이가 좀 더 작았다. 가령 뱀의 경우 기존 추정치보다 4배, 바다 어류는 2배 수준의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차이가 나타난 것은 기존의 계산 과정에서 모체가 새끼를 만들고 품는 데 사용되는 '간접 비용'이 과소평가됐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면 도넛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도넛 자체에 들어있는 '칼로리'와 같다고 보고 도넛을 튀기는데 필요한 연료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세기부터 시작된 번식 시 필요한 에너지에 관한 연구는 주로 ▲임신 중인 암컷과 그렇지 않은 암컷의 에너지 사용량 측정 ▲새끼 자체가 갖고 있는 에너지량 측정 등이 주를 이뤘다. 이에 연구팀은 인간과 포유류·파충류·어류 등부터 윤형동물까지 총 81종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번식의 간접 비용과 직접 비용을 계산했다.

인간의 경우 임신 전후 모체의 대사율을 측정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10개월 간 임신 중 필요한 추가 에너지를 추정하고, 이를 신생아의 총 에너지 함량과 같은 직접 비용과 합했다. 임신 중 사용되는 간접 에너지는 생활을 하는 도중 사용하는 산소량과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 등을 기반으로 측정했다.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 종(種)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포유류의 경우 이같은 간접 비용이 번식에 필요한 총 에너지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간의 경우 총 20만8000kJ(킬로줄·약 5만Kcal)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가운데 96%가 간접 비용으로 파악됐다.

또한 변온동물, 특히 알을 낳는 경우에는 살아있는 새끼를 낳는 것보다 간접 비용이 크게 줄었다. 포유류와 같은 태생 동물은 새끼를 몸 안에 오래 품고 다녀야 해 필요한 에너지 양이 더 많을 수밖에 없으며, 출산 후에도 젖을 먹이는 데 필요한 추가 에너지까지 포함하면 간접 비용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왜 그간 이같은 간접 비용이 정량화 되지 않았는지 놀랐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생태학자 더스틴 마셜 박사는 그"많은 사람들은 뒤돌아보면 당연히 이런 비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비용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그간 일부 수학 모델들은 간접 비용을 아예 '0'으로 가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번식에 필요한 생물의 에너지가 기존 가정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향후 동물의 생활방식에 대한 연구 모델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의 사용량은 곧 자연에서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류 등이 몸 크기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이유와 같이 동물들의 생존 전략을 파악하는 이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번식 에너지 추정치는 동물들이 기후변화 속에서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동물의 왕국 전반에 걸쳐 번식 비용을 정량화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며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임신 기간 중 특정 시점에서만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간접 비용을 추정해야 했다. 임신 기간 내내 간접 비용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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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위대하다"…아기 탄생에 필요한 에너지, 예상보다 24배 많아[사이언스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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