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와 상의했어야…독단의 정치"
신지호, 추 '원내 사안' 발언에 "대단히 부적절"
최고위도 장동혁·김재원 등 지도부 공개 충돌
친한, 단체 불만 제기…이르면 내주 의총 열릴 듯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이후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신경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윤·한 회동 이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채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을 두고 표출된 윤-한 갈등이 집권여당 투톱 간 갈등으로, 이어 계파 간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24일에는 투톱간 권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며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서 미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격으로 읽힌다.
친한계도 즉각 지원에 나섰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의원총회에서 이 사안이 결정돼야 하고, 의원총회의 의장이 원내대표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어제 추 원내대표 발언 중에 '원내 사안이다', 그러니까 원외 당대표인 당신이 여기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가 않다. 만약에 그런 뉘앙스가 깔린 것이라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총장은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천천히 할 게 아니라 신속하게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거기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당의 앞날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방안인지 의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고 또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설득하고, 이번에 제대로 된 토론을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이는 당론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원내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추진을 원내대표와 협의 없이 일방 발표한 것을 문제삼았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추진 결정에 대해 "당론을 변경하기 이전에 투톱의 하나인 원내대표하고 상의를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한 대표가 추 원내대표와) 사전 상의를 하고 '내가 오늘 이런 발언을 할 텐데 좀 도와달라'는 그런 의견 교환이 있어야 되는데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검사 수사하듯이 한 것 아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 아닌가. 그야말로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당론 변경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의원총회"라며 "한 대표가 제안을 하고 의원총회에서 논의해서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그냥 무작정 난 갈 테니까 내 뒤를 따라라(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당내 계파 간 충돌 구도는 당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인 당원을 비판할 때는 적어도 일정한 금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의 혁신과 변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혁신과 변화의 이름으로 우리 편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정도가 금도를 넘어갈 때는 그것 또한 우리 편에게 상당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며 "자해적 행위로서 보수진영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많은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같은 회의에서 "당원들은 하나 된 모습을 못 보여준 국민의힘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당도 대통령실도 문제를 대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원들도 국민들도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특검법을 막는 힘은 108명의 의원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 우려 불식시키고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마무리 된 이후 의원총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 주 또는 다음 달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마무리 된 이후로 점쳐진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 등이 전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추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고, 이후 의원총회 개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배 의원은 "이번 정부 내에 특별감찰관 도입을 반대하는 것인가"라며 "의총에서 토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의총에서는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 범위를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 간 치열한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지도부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계파 충돌이라기보다 원내 사안에 대해 협의 없이 얘기한 것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