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기한 20일, 쿠팡 봐주기?"…"전혀 생각지 않아"
"사후지정제, 사전지정 장점 사라져"…"큰 차이 없어"
"배민, 배달몰아주기 조사해야"…"법 위반 여부 판단"
[세종=뉴시스]여동준 이승주 손차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된 가운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책 중 하나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 대해 쿠팡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특정 기업 봐주기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기정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천 의원은 "정산기한 20일을 설정해 혜택을 보는 곳은 쿠팡밖에 없다"며 "쿠팡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고 보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정산기한을) 10일로 설정하게 되면 상당수의 사업자가 기존 정산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업계 부담이 있어 그런 부분을 고려했고 특정 기업을 고려해 20일이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티메프 재발방지책 중 하나로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가 판매대금을 20일 이내에 정산하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매출 1조원 이상, 수입 1000억원 이상의 업체 29곳 중에서 19곳이 이미 10일 이내 정산주기를 사용하는 곳"이라며 "공정위에서 제출한 법안대로 하면 이곳들도 앞으로 20일 이내에 정산주기를 맞추게 돼있는데 이게 개악이지 어떻게 개선이냐"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법에 20일 이내 정산하라고 규정돼있다고 해서 기존에 빠르게 정산하던 업체들이 (정산기한을) 20일로 늘릴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일공의 경쟁력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법에 맞춰 뒤로 갈 것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업체들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유동성 위험이 적고 규모가 작고 영세한 업체들이 위험성이 크다"며 "티메프 대책을 보면 티몬 같은 회사는 정작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조 의원의 질의에 "사고 가능성을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유통업법으로 플랫폼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방안이 법체계상 맞는지 검토한 적 없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그렇다. 자율적으로 (추진했다)"며 "내부에서 검토했다"고 했다.
이어 "대규모유통업법이 오프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것은 맞지만 직매입거래 등 온라인 부분도 포함돼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도 온·오프라인을 같이 규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이 아닌 별도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사전지정을 했을 경우 예방하는 효과가 크고 위법이 발생했을 때 불법행위가 미리 정해져있어 문제해결과 구제가 빠르다"며 "사후 지정을 했을 경우 이런 장점들이 다 사라진다. 추가 경제분석에 따라 시간이 걸려 피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도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플레이의 멀티호밍 제한 등 위법행위가 심각했다"며 "사전지정제를 통해 과징금 처분도 하고 압박을 해야 구글이나 애플도 경쟁체제 도입에 협력을 하지 공정위가 손을 놓으면 협력할리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과 내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고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식이 제도 개선의 신속성이나 시장 안정성을 위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작년 말 국무회의에서 사전지정제를 보고했다가 올해 2월 사전지정을 포함해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적 있다"며 "그 이후로 사전지정이냐 사후지정이냐가 확정된 적은 없고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배달의민족 관련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들에게 최혜대우 요구를 하고 있다"며 "배달수수료는 공정거래법상 가격남용이 아니라 소비자 이익 저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시행령이 왜 준비가 돼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주에 배달앱 상생협의체 8차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10월말까지 최선을 다해 상생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시행령 관련 부분을 구체화하는 부분은 꼭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무위 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가맹기사들에게만 배달을 줄 수밖에 없게 하는 배달 몰아주기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랑 같은 구조로 보인다"며 "배달 몰아주기도 조사한 뒤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콜 몰아주기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며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보겠다. 그 부분은 확인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근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곽 대표가 영어로 대답하려고 하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에는 한국어로 답변하더니 왜 영어로 대답하느냐"고 물었다.
캐나다 국적인 곽 대표가 계속해 영어로 답변하자 강민국 국민의힘 간사는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는 시도는 방기할 수 없다"며 "국회모욕죄 및 위증죄를 비롯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준현 민주당 간사도 "지난해에는 국감장에서 한국말로 대답했다고 들었다"며 "굳이 통역까지 붙여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회모욕죄, 위증죄 관련해 여야 간사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