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실험서 비채혈 혈당 측정 임상실험 최초 성공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중국 화웨이의 백지수표를 거절한 일화로 화제를 모았던 물리학자 이기진(64) 서강대 교수가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 측정이 가능한 비채혈 혈당 측정 임상실험에 최초 성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교수는 그룹 '투애니원'(2NE1) 리더 CL(33·본명 이채린)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21일 서강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이 교수와 아르메니아공화국 출신 지라이르 연구원은 CCD 카메라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비채혈 혈당 측정 임상실험에 최초 성공했다.
기존의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은 환자의 고통을 수반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탓에 그간 의료계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레이저, 초음파, 삼투압, 마이크로파와 밀리미터파 등 다양한 방법이 그 대안으로 제안됐으나 정확도나 재현성 문제로 현실화하진 못했다.
이 교수팀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CCD 카메라 센서를 개발해 임상실험을 시도했다. CCD 카메라는 전하 결합 소자(CCD)를 이용해 영상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카메라로, 현재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미지 센서로 알려졌다.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한 결과 정확도(MARD) 7.05%의 측정 신뢰도를 얻었다. 통상적으로 MARD는 낮을수록 그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측정 신뢰도가 10% 이내인 경우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
그러나 현재 이 교수의 연구는 연구비 부족으로 중단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한 후속 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 후속 과제에 지원했다가 탈락해 연구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교수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CCD 카메라 센서를 개발하고, 2016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이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 이 교수는 중국 화웨이에서 기술 이전을 명목으로 백지수표를 제안 받았지만, 국내 개발을 위해 이를 거절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2021년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중국 측 기술 이전 제안을 받은 과정을 공개했다.
당시 방송에서 이 교수는 "지난해(2020년) 중국의 한 대기업에서 '이 연구를 해봐라, 돈은 마음대로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땐 연구비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며 "하지만 세상에는 해야 할 일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는 건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이 중국으로 간다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연구한 결과가 저를 통해 날아가 버리니까.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과학자의 양심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당시 방송에선 딸인 가수 씨엘이 등장해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씨엘이 연습생 시절 고등학교 자퇴를 선언했을 때도 흔쾌히 허락했다는 이 교수는 "'왜'냐고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본인이 얼마나 오래 고민했겠나. 그때 '오케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답했다"고 했다.
씨엘 역시 "제가 아빠는 인간 이기진이다. 친구처럼 지냈고 내가 정말 솔직할 수 있는 존재"라며 "항상 한결같은 모습을, 본보기가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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