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지난 추석 연휴 강원 영월의 한 터널에서 '만취 역주행'으로 숨진 30대 가장의 유족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역주행 사고 이후 2살 아들은 아빠가 없는 방에서 매일 밤 소리치며 깨거나 꿈에서도 아빠를 찾는다고 한다. 가장을 떠나보낸 가족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피해자가 자신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이가 게시한 이 청원의 취지는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의 음주 운전 처벌법을 더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오전 1시27분께 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월 2터널 내에서 가해자가 몰던 셀토스 차량이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카니발 승합차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30대 카니발 운전자와 20대 셀토스 운전자가 숨졌다. 카니발에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와 어린 두 자녀, 장인·장모 등 일가족 5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차량인 셀토스 운전자는 경북 포항에서 근무하는 현직 해병대 수색 부사관으로, 사고 당시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는 동영월교차로에서 사고 지점까지 4㎞가량 역주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혈액 감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치였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카니발에 타고 있던 일가족 중 장모는 골절된 갈비뼈가 폐를 찔러 큰 수술을 했고, 허리 골절을 당한 장인은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피해자 아내는 사고 충격으로 기억을 잘 하지 못하고 왼쪽 손목이 잘 움직이지 않는 증세가 생겼다.
사고 직전 피해자는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장인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아내는 "노래를 부르던 남편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앞을 봤을 땐 이미 차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며 "1초도 안 되는 순간 사고가 나서 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남편은 사고 직후에도 가족의 상태를 걱정하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이 다리가 끼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도 '괜찮냐'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며 "본인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 미안했을까"라고 전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될 경우 음주운전이 12대 중과실로 분류돼 처벌 수준이 올라간다. 교특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시하고 있다. 다만 상대의 부상이 있다면 사안의 경중, 피해자 상태, 운전자 과실 등을 따져 처벌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양형 기준을 현실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로 가해 차량 운전자 역시 사망하면서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군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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