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피해 비행…목표물 타격 직전에야 발견
이스라엘 정예 부대 공격…4명 사망, 58명 부상
방공 시스템, 로켓·미사일에 최적화…드론엔 취약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6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면서 이스라엘군에 비상이 걸렸다.
14일(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초기 조사 결과 헤즈볼라의 무인 항공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가 목표물 타격 직전 다시 나타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군 조사를 종합하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다각적으로 공중 공격했다. 북쪽을 향해 단거리 로켓을, 이스라엘 북부 항구 도시 하이파를 향해 정밀 로켓 3발을 발사했다.
드론은 총 3대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는 해군에 격추됐고, 다른 한 대는 아이언돔에 요격됐다.
나머지 한 대는 제트기와 헬리콥터로 추적했고, 전자전 조치로 방향을 잃게 만들었다고 이스라엘 공군은 설명했다. 이후 레이더에서 사라져 30분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가, 목표물 타격 1분 전 다시 레이더에 나타났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고, 다시 나타났을 때 이를 드론으로 식별하지 못해 경고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전날 오후 7시께 국경에서 약 65㎞ 떨어진 이스라엘 골라니 여단 기지를 드론으로 타격했다. 충돌 지점에 대한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상 사진으로 볼 때 기지 식당을 공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병사 4명이 사망했으며, 피격 당시 전투 훈련 중이었다고 발표했다. 군인 5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현재 40명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공격은 저녁 식사 시간에 이뤄졌고, 조사관들은 시기와 장소가 의도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골라니 여단은 이스라엘 정예 보병 부대로, 레바논 지상 작전 일환으로 배치됐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헤즈볼라가 여전히 반격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루살렘 히브리대의 국제안보전문가 대니얼 소벨먼은 CNN에 "최근 지도부와 지휘 통제 장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후 헤즈볼라가 전략적 균형을 되찾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방공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로켓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 개발돼, 낮고 느린 비행을 하며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드론엔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란산 미르사드-1으로 분석된다. 오르나 미즈라히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이같은 드론은 크기가 작고 매우 가벼우며 레이더 신호가 매우 낮아 탐지하기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헤즈볼라는 하이파의 민간 및 군사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9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이스라엘군에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에도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으로 텔아비브에서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0명이 다쳤다. 당시에도 공습경보가 작동하지 않았다.
미즈라히 선임 연구원은 이란과 그 동맹들이 드론을 이스라엘의 약점으로 파악했다며 "우리가 해결책을 찾을 때마다 그들은 또 다른 공격 방법을 찾는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을 계기로 헤즈볼라의 무인 항공기 생산, 유지 보수 및 운영을 담당하는 127부대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골라니여단 훈련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베이루트를 포함한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를 무자비하게 계속 공격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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