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접근금지 명령에 불만을 품고 교제했던 여성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의 재판에서 판사가 "실실 웃으면서 답변할 것이냐"고 피고인을 질책했다.
30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피고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신문은 변호인이 먼저 주신문을 진행한 뒤 검찰이 반대신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사는 이 사건 방화 범행 이전 A씨와 피해자 B씨 사이에 있었던 갈등 등 사안을 순차적으로 묻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판장이 A씨의 답변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재판장은 이어 "피고인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검사가 말하는 게 피고인의 기억과 좀 다르더라도 웃으면서 말씀하실 건 아니다"고 꾸짖었다.
그러자 A씨는 "전 모르겠다. 진지하다"고 답했고, 재판장은 "피고인의 평소 표정이 그러면 어쩔 수 없는데 웃으면서 답하는 것 같으니 주의해서 답하라"고 경고했다.
이후 계속된 피고인신문에서 A씨는 B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불을 지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A씨는 불을 지른 목적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B씨가 아끼는 집을 불태워 고통을 주려는 목적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불을 지른 뒤 B씨에게 나오라고 소리를 쳤고, 불이 금방 번져 B씨가 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고 있던 안방 문을 더 세게 두들기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흉기를 소지하고 B씨의 집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B씨에게 불타는 집을 보여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불이 너무 빠르게 번질 줄 몰랐다"며 "휴대전화가 없어 112신고를 못 했고 나와서 조경용 물 호스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허둥대다 보니 잘 안됐다"고도 했다.
재판부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화상 입고 그런 고통을 느끼라고 불을 지른 게 아니냐'는 취지로 재차 묻자 "그 집에 7개월 가까이 살면서 예쁘게 꾸미고 노력하던 게 (피해자가 집에서 나가라 하며)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며 "그 허망함을 이 사람도 느껴보라는 게 목적이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이 사건 결심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 재판은 10월22일 열린다.
A씨는 지난 5월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한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집 안에 있던 B(60대·여)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B씨가 자신을 형사 고소하고 이에 따른 법원 접근금지 조처가 내려지자, 보복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피고인은 자신을 억울하게 쫓아낸 것이 분해 피해자가 소중히 여기는 집이 불타는 것을 보라고 불을 지른 것이지 신체에 상해를 입힐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