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키 사라진줄 알았지만…불법 콘텐츠 유통 활개
'흑백요리사' 등 최신 유행 콘텐츠들 '불펌'해 서비스
정부 지속적 단속에도 파생 사이트 우후죽순 생겨나
해외에서 주소 바꿔가며 영업해 완벽한 규제 어려워
[서울=뉴시스] 허나우 리포터 = 지난해 정부의 단속으로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던 영상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noonootv)'가 여전히 활개 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관련 당국이 콘텐츠 불법 유통을 엄중히 처벌하고 단속하겠다고 선포했지만,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은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운영자를 처벌하는 게 최선책이지만 현재까지 용의자가 누구인지, 검거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30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구글 등 검색엔진에 '누누티비'를 검색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정부가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자 지난해 4월 사이트를 자진 폐쇄했다가 도메인 주소를 바꿔 다시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주소지는 파라과이에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바뀌었지만 회사 이름은 '스튜디오 유니버셜'로 동일하다.
방문자들은 누누티비에서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국내외 콘텐츠나 영화, 드라마, 예능 콘텐츠를 찾아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엄마 친구 아들' '지옥에서 온 판사' 등 최신 인기 콘텐츠의 업로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누누티비에서 직접 영상이 재생되는 방식은 아니다. 누누티비 홈페이지 상단에는 '#1사이트에서 시청하기' '#2사이트에서 시청하기' '#3사이트에서 시청하기' 등 세 가지 연결링크가 표시된다. '티비몬' '티비핫' '티비위키' 등 3개의 다른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로 연결을 시켜주는 셈이다. 누누티비에서 시청을 원하는 콘텐츠를 클릭해도 이들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표시한다.
'티비몬' '티비핫' '티비위키'는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다.
지난 7월 31일에 개봉한 영화 '파일럿'은 인터넷TV(IPTV), OTT 플랫폼에 VOD 서비스가 시작하자마자 콘텐츠가 불법 유출됐다.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흑백요리사' 역시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7화까지 모두 이들 사이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티비위키의 경우 기존 누누티비에 있던 자료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사이트 디자인이나 영상 내 오류까지 유사하다는 점에서 동일인이 운영하는 대체 사이트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른 불법 사이트들도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티비몬은 안내 번호가 파키스탄 번호이고 티비위키는 주소지가 네덜란드로 소개돼 있다. 이들은 OTT나 방송, 영화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방식이 과거 누누티비와 거의 유사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누누티비의 콘텐츠 불법 유통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여왔지만 이처럼 우후죽순 생겨나는 웹사이트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정부의 차단과 단속을 대비해 미리 예비 주소를 생성해 둔 뒤, 차단된 후 URL을 변경해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댓글로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별다른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영상에는 "24분 18초부터 막히고 재생할 수 없었다. 해결해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운영팀에서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가입하신 이메일로 3만 원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발생해드렸다. 해당 오류 수정했으니 같은 오류가 발생하면 하단 오류 제보 텔레그램으로 문의 달라"고 직접 작성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흑백요리사 영상에도 많은 댓글이 달리는 모습이다. 한 이용자는 "끊기지도 않고 화질도 좋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불법으로 보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넷플릭스 결제하겠다"라며 죄의식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30일 구글 트렌드 검색 동향을 살펴보면 '누누 티비OO', 'OO다시보기 누누티비'등 불법 스트리밍 관련 검색어가 '급상승' 검색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2개월 내 사이트 '검색 급등 순위' 1위도 누누티비가 차지했다.
누누티비는 단속망을 피해 접속 도메인 주소의 잦은 변경으로 영업을 이어 나가고 있고, 이용자들은 변경된 주소의 누누티비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검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누누티비 링크로 연결되는 유사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티비몬'은 우회 주소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텔레그램 방을 개설해 주소 공지를 비롯한 이벤트까지 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불법 도박 사이트나 성인물 홍보용 배너 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는 미성년자들도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와 경찰청, 인터폴과 약 5개월간 합동으로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를 강력히 단속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성행하고 있다. 무료라는 점,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여러 플랫폼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 사이트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28)씨는 "OTT의 구독료도 비싸지만 내가 원하는 콘텐츠 소비를 위해 여러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도 힘들다. 누누티비에 모아있는 것은 선택도, 소비도 쉬워서 그냥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불법 서비스를 방치할 경우 창작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단속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저작권 침해사이트는 불법 도박·피싱·음란물 등 범죄와 연루되는 정황을 고려해 연계 수사를 긴밀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K-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는 콘텐츠 시장의 공정한 유통 질서를 위해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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