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80세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출전자를 만나보세요"
28일(현지시각) CNN은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도전한 최순화(80)씨의 삶의 여정과 도전을 조명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미인이 참가하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가 시작된 건 1952년이다. 미스유니버스 대회는 출전자 연령을 18~28세로 제한하며 임산부나 기혼자 또는 결혼한 적이 있던 사람의 출전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런 제한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미스유니버스가 이를 폐지하면서 1943년생인 최씨도 미스유니버스 출전이 가능해졌다.
최씨는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80세 여성이 어떻게 저렇게 건강할 수 있지?', '어떻게 저 몸매를 유지했지?'와 같은 질문이 나오도록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며 "나이가 들면 살이 찐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미스유니버스 도전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편안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요즘엔 부정적인 사람이 너무 많은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한국의 미인대회가 조장하는 단일한 미(美)의 개념이 일부 참가자들이 성형수술을 하면서 더 강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우리도 이를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눈 성형이나 코 성형을 한다. 과거엔 다른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해선 "노인 모델에 대한 태도와 기회가 개선되고 있다"며 "요즘 노인 모델이 많다. 그중 실제로 모델 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일부에 불과할진 몰라도, 10년 전 아무도 노인 모델을 찾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1943년 태어나 18세에 방직 공장에 취직하고 50대까지 병원 간병인으로 일하던 최씨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그가 돌보던 한 환자의 권유로 72세에 빚을 갚기 위해 모델 일을 시작했다.
최씨는 "환자 중 한 명이 모델 일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예쁜 옷을 입고 화보 촬영을 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는 제 오랜 꿈을 일깨워줬다. 그래서 '그래. 나도 예전에 그런 꿈을 꿨었어. 한 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최씨는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해 매주 수업을 들었고, 병원에서도 복도를 걸으며 런웨이 연습을 했다. 그러다 학원 강사의 소속사에 들어갔고, 2018년 서울 패션위크 런웨이에 74세의 나이로 데뷔했다.
그는 패션 잡지와 맥주 광고 등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지난 2월 '새로운미래'의 11번째 영입 인재로 발탁되기도 했다.
최씨는 "모델이 된다는 것은 제게 새로운 길의 문을 여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꼭 성공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꿈이 이루어졌을 때 하나님께 감사하며 계속 열심히 일했다. 너무 재미있고 좋다"며 기쁜 심정을 전했다.
30일 최씨는 미스코리아 결선에 진출한다. 최종 후보로 선발된다면 오는 11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최고령 출전자로 나가게 된다. 지금까지 확정된 출전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몰타 출신의 베아트리스 은조야(40)다.
평생 가본 외국이 일본뿐인 최씨는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것이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해외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꿔왔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씨는 "손주들이 '우리 할머니는 대단해'라며 저를 자랑스러워한다. 아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저를 자랑스러워하고 즐기라고 말해준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는 대회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소개 영상에서 "한국 시니어들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온 세계에 알리고, 세계의 시니어들에게 다시 한 번 사회에 도전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전하겠다"며 "나이는 숫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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