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 게어만 전 포르쉐코리아 대표 인터뷰
"만져보고 타볼 수 있는, '가까운' 꿈의 브랜드 표방"
한국 시장 성공 키워드는 '맞춤형 생산'
외관은 물론 좌석 스티치까지 고객이 직접 선택
"수요보다 1대 덜 팔자"…판매량보다 정체성 중시
[편집자주] 국내 수입차 시장은 1987년 개방 이후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2000년대 초반 연간 2만대 규모였던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간 27만대 규모가 됐다.
그러나 올해 수입차 업계 분위기는 지금까지와 확실히 다르다. 2022년 28만대를 넘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례 없는 시장 위축 속 수입차 브랜드는 생존과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뉴시스는 국내 주요 수입 브랜드의 대표부터 임원, 실무자까지 다양한 마케팅 인력을 만나 한국 시장에 대한 고민과 목표를 들었다.
[서울=뉴시스]안경무 이창훈 기자 = "항상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브랜드가 되려 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전시된 포르쉐에 '접근 금지' 같은 문구가 붙어있는 것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포르쉐는 만져보면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가까운 꿈' 같은 브랜드다."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소재 포르쉐 스튜디오 송파에서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2019년 부임한 게어만 대표는 재임 기간 포르쉐의 한국 내 입지를 크게 강화하고 지난달 임기를 끝내고 이달부터 포르쉐 스위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수입차 업계 CEO로는 비교적 긴 기간인 5년을 한국에서 보낸 게어만 대표와 포르쉐코리아 성장 동력과 마케팅 키워드, 현 수입차 시장 현황 등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게어만 대표는 현재 포르쉐코리아의 대표직에선 물러났지만 이 인터뷰 시점의 직책인 대표로 쓴다.
게어만 대표는 포르쉐가 고객에게 다가가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맞춤형 생산'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한국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임 중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특히 2022년 진행한 아시아 최초 포르쉐 브랜드 전시 '포르쉐 이코넨, 서울-스포츠카 레전드' 행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 행사는 포르쉐 브랜드 역사 속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모델을 전시하고, 이를 통해 세대를 거듭해 온 브랜드의 혁신과 헤리티지를 경험하도록 했다.
게어만 대표는 이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서, 양산 차량부터 레이싱카와 콘셉트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량과 함께 브랜드 역사와 가치를 직접 설명했다.
게어만 대표는 "이코넨 프로젝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고, 아이들이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이 포르쉐의 전설적인 차를 만나고, '이런 차를 예전에 봤었지'라고 회상하는 자체가 훗날 (포르쉐 구매라는) 열망이자 꿈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브랜드와 고객이 서로 밀고 당기는 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통적인 쇼룸에서 벗어나 색다른 곳에서 포르쉐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소재로 '꿈의 스포츠카' 선사
게어만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테이블에 놓인 노란색 박스를 열어 작은 책자를 꺼내 다양한 색상 샘플을 보여줬다.
그는 "우린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 이만큼 다양한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보여준다"며 "내부 뿐 아니라 외부도 이만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차량 내부 스티치 한 땀은 물론 시트 컬러와 소재도 모두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에 따르면 국가별로 제공하는 옵션이 제각각이지만, 포르쉐 911을 기준으로 500개의 옵션 사양이 제공된다.
이처럼 모든 차량을 100%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한다는 원칙 아래, 포르쉐는 더 특별한, 최고 수준의 개인화 옵션을 누리고 싶은 고객에겐 '존더분쉬(Sonderwunsch) 특별 주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세부적인 고객 요구사항을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장으로 전달해 본인 이미지가 반영된 꿈의 스포츠카를 직접 만들 수 있다.
포르쉐는 앞서 2022년 존더분쉬 프로그램을 통해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 디자인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Taycan 4S Cross Turismo for Jennie Ruby Jane)'을 제작해 대중에 공개하기도 했다.
"포르쉐, 판매량 쫓는 브랜드 아니다"
그는 올해 수입차 시장이 침체 사이클을 지나며, 포르쉐는 전년보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유의미한 사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어만 대표는 "모든 업계에 기본적으로 성장과 침체 사이클이 있다"며 "포르쉐는 모델 변경 시기를 지나면서 다양한 모델을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파나메라, 카이엔, 타이칸 등 주력 모델 신차들이 나왔다"며 "라인업 별로 차근차근 신차들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자 강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르쉐는 결코 '볼륨(판매량)'을 우선시하는 브랜드가 아니다"고 밝혔다.
게어만 대표는 "우리의 기조는 수요보다 한 대 덜 파는 것"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고객 경험을 최상위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판매 대수나 매출로 성과를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