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회째, 27·28일 이틀간 진행…총 12개팀 공연
개막 첫날, 카리나 네뷸라·윤석철트리오 등 고품격 무대
이틀째엔 정엽·웅산밴드 등 막강 라인업 기대 고조
[수원=뉴시스] 박종대 양효원 기자 = "도심 속 자연에서 선선한 가을밤 공기를 맞으면서 흥겨운 재즈 선율을 즐기다 보니까 한여름 동안 쌓였던 무더위 스트레스가 확 풀리네요."
'2024 수원재즈페스티벌'(수재페) 개막 첫날인 27일 오후 8시께, 광교호수공원 재미난밭 잔디광장.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수재페 무대가 예년보다 더욱 막강해진 라인업으로 돌아오면서 평소 시민들이 뛰어놀던 잔디광장은 고품격 야외 재즈공연장으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주말을 앞두고 시원한 가을 날씨 속에 실력파 재즈가수와 밴드들이 선보인 고품격 공연은 재즈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과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재즈뮤지션들의 강렬한 보컬과 밴드음악 특유의 강렬하고 생생한 사운드에 야외 공연장에 모인 시민과 관객 등 약 1만5000여명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경쾌한 재즈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보였다.
개막 첫날에는 르엘밴드와 푸라비다, 윔사운드, 밴드 메건,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윤석철트리오, 카리나 네뷸라 등 7팀이 출연했다.
공연 시작은 '르엘밴드가' 첫 포문을 열었다. 오페라 성악가인 소프라노 이명희를 주축으로 다양한 국적의 재즈 세션이 함께 참여하는 르엘밴드는 재즈 레퍼토리를 비롯해 클래식 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스트릿밴드인 '푸라비다'(Pura Vida)는 코스타리카에서 '인생은 좋은 것'이라는 뜻을 지닌 인사말을 팀 이름으로 쓰는 밴드답게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신나는 음악을 선보였다.
이들은 관객들과 재즈음악을 즐기기 위해 무대 밑으로 직접 내려가 돗자리와 캠핑의자를 지참해 잔디밭에 앉아있던 관객들 사이를 누비며 혼신의 연주를 선보였다.
웜사운드는 재즈와 펑크를 기반으로 하는 퓨전재즈 장르로 활동하는 팀으로,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와 쉼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줬다.
이 뮤지션들은 수원 팔달구에 자신들만의 음악 아지트인 음반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등 수원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웜사운드 역시 익숙한 노래를 퓨전재즈로 선보이며 '낯선 익숙함'을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밴드 메건은 재즈의 자유로움, 팝 음악의 대중성, 펑키 음악의 신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섞인 음악의 매력을 알려줬다.
허스키 보이스의 여성 보컬이 시민들과 관객들을 단번에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시선을 잡아끌며 공연 분위기를 한층 더 달아오르게 했다.
블루스 밴드인 최항석과 부기몬스터는 관객과 함께 춤추고 즐기고 교감하는 행복과 감동을 선사하는 파티를 만들어냈다.
언뜻 들으면 웃긴 가사는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면서도 세션과 코러스가 빚어낸 견고한 일렉트릭 블루스 사운드를 통해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아우라를 보여줬다.
특히 최항석이 무대에서 관객들과 주고받는 만담과도 같은 유쾌한 대화는 지친 일상과 생활 속의 피곤함을 날려보내게 했다.
한국형 재즈 대표주자인 '윤석철 트리오'는 재즈와 융합된 실험적 사운드로 그들만의 탄탄한 음악 세계를 들려줬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재즈 연주팀인 윤석철 트리오는 지난 8월 정규앨범을 발매했으며, 앨범을 낸 후 한 달 만에 발 빠르게 수재페를 찾아온 만큼 이들의 따끈따끈한 신보를 기다렸던 재즈팬들을 더욱 설레게 했다.
윤석철 트리오는 'Samba de Seoul' 등 가장 최근에 낸 신보까지 들려주면서 고품격 재즈연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호강하게 했다.
피날레 무대는 '스캣의 여왕'으로 불리는 말로를 중심으로 박라온, 강윤미, 김민희 등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디바 4명이 원팀이 된 '카리나 네뷸라'가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4인조 재즈 보컬그룹인 카리나 네뷸라는 '재즈 보컬의 꽃'인 스캣으로만 된 곡을 전면에 포진시켜 한국 대중음악에서 볼 수 없던 독창적 콘텐츠를 선보여 찬사를 받고 있다.
카리나 네뷸라의 공연이 시작되자 시민들과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무대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으며, 점점 준비해왔던 곡들이 막바지를 향해갈수록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들도 종종 보였다.
이날 개막 공연은 화려해진 출연진들의 잇따른 앵콜곡까지 더해지며, 당초 예정돼 있던 시간을 훌쩍 넘겨 끝이 났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첫날 공연 시작 2시간 전에 수재페 행사장을 찾은 이연수(35·수원 영통구)씨는 "코로나19 전에 남편과 수재페에 놀러왔다가 도심 속 자연 힐링공간에서 가을밤 분위기와 함께 멋진 재즈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음악에 심취했던 추억이 계속 새록새록 떠올라 매번 수재패가 열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에서 유일하게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축제이고, 멀리 가지 않고도 훌륭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행사 둘째 날에는 개막 첫날에 출연했던 르엘밴드와 푸라비다를 비롯한 니나파크, 유나팔악단,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정엽 퀄텟, 웅산 밴드 등 국내외 최정상급 재즈 밴드의 무대가 계속 기다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수원재즈페스티벌을 즐겨왔던 관객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무대 앞쪽에 캠핑존과 피크닉존 등 구역을 조성했다. 관객들은 캠핑존과 피크닉존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각자 준비해온 캠핑의자나 돗자리를 설치해 재즈 공연을 즐기면 된다.
행사 기간 동안 광교호수공원 재미난 밭(스포츠클라이밍장 앞 잔디광장) 주변에 푸드트럭존과 먹거리장터도 마련된다. 관객들은 재즈 음악에 빠져 눈과 귀뿐만 아니라 입맛까지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는 무료 공연이며 행사장 일대에 도보로 10~20분 가량 소요되는 광교호수공원 제1·2·3주차장(유료)이 조성돼 있지만 주차공간이 협소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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