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장관들 강력 반대…네타냐후도 사실상 거부
美 "사전 논의했다…"네타냐후도 지상전 원치 않아"
네타냐후 방미 중 추가 협상 가능성…당국자 논의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와 '21일 휴전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휴전안을 제안한 미국과 프랑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은 휴전안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리를 두는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는 사전 논의한 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기타 서방 및 아랍 10개국은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21일간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협상을 위해 21일간 임시 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레바논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가 지지를 표명해달라고 기대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거부했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들은 휴전안에 강력 반대한다며, 정부가 제안에 동의하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했다.
성명 발표 당시 미국 방문을 위해 비행 중이었던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휴전에 관한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휴전안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몇 시간 뒤 한 보좌관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현재 이스라엘의 방향은 휴전이 아니라 헤즈볼라에 대한 추가 군사 행동"이라며 사실상 거절한다는 입장을 냈다.
성명을 주도했던 미국은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휴전안 발표 전 이스라엘과 사전 논의가 있었고, 성명 내용도 이스라엘 측이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관료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휴전안은 지난 23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의 통화로 시작됐다.
더머 장관은 일시 휴전이 "옳은 일"이며,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도착하기 전 발표하는 걸 목표로 하자고 상호 이해했다고 한다.
이후 24~25일 이틀 동안 미국 관료들은 더머 장관 및 레바논 측과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더머 장관을 통해 해석한 바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와 지상전이 지금까지 성과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지상전에 끌려가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일시 휴전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백악관은 공개 반박에 나섰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레바논 임시 휴전에 대한 발표는 이스라엘과 협력해 발표됐다"며 "우린 레바논에서 전면전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이스라엘이 동참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휴전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커비 보좌관은 휴전안은 이스라엘과 협의 후 발표됐으며, 이스라엘이 내용을 철저하게 알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고려인지 작전상 고려인지도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프랑스도 휴전안이 사전 조율된 것이라고 확인하며 이스라엘에 동참을 촉구했다.
한 프랑스 관료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사이에 매우 높은 수준의 대화가 있었고, 그 대화를 통해 공동 발표를 진행할 근거가 있었다는 걸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정치적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협상을 위한 휴전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 방미 중 협상이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더머 장관은 미국 방문 중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브렛 맥거크 및 아모스 호흐스타인 백악관 특사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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