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코리아 밸류업지수'…주가상승 동력될까

기사등록 2024/09/24 16:57:56

정은보 이사장 "10대그룹, 연말까지 발표"

"해외, 밸류업에 관심 커…외인 투자 늘 것"

전문가들 "장기적 접근해야…완만한 상승"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24일 베일을 벗은 가운데 하반기 들어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증시가 상승 동력을 받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고르게 포함됐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국내 상장된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과 관계 없이 유독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거래소는 자본효율성, 주주가치 제고 성과 등 질적지표를 반영한 밸류업지수를 통해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선순환 구조 정착을 지원하고, 다양한 지수상품 개발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 재평가에 일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발표 당일 재벌의 영향으로 한국형 밸류업의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 36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잭키 웡은 23일(현지시간) '한국은 일본의 시장 개혁을 카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칼럼을 통해 "재벌 기업 중심의 한국 증시가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과를 내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삼성, 현대 등 재벌의 힘이 주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 탓에 재벌가가 주가 부양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2600여 개의 기업들은 사실 대부분 1인 대주주가 있고, 이 때문에 우리 밸류업 프로그램의 속도가 좀 더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여러 번에 걸쳐 10대 그룹과 면담을 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영 계획이 만들어지는 연말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발표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10대 대기업들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규모를 봤을 때 상당한 진도가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세제지원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시기적으로 시행하기 어렵지 않나 판단한다"며 "현재 우리 증시는 금투세를 도입하기에 체력이 미진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좀 더 배려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당도 투자소득의 사전 정산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에서 설명회를 해보면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최근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비율을 축소 조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일본, 인도에 자본을 추가 배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1월, 12월이 되며 지수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면 연기금 뿐 아니라 해외투자자들도 많이 투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부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상무) 역시 "국민연금 이사장이 밸류업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겠다고 했는데, 매우 고무적"이라며 "지수 발표를 계기로 5대 연기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밸류업지수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밸류업 지수의 특성상 즉각적 자금 유입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치 개선은 한두 달 안에 가능한 영역이 아니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주가 상승은 결국 기업의 밸류업 활동에 따라 완만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대기업들의 참여가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까지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에 참여하겠다는 뚜렷한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 공시를 하고 그 다음에 우리 이런 것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세제 개혁이 병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진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한국증시에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지원할 상법 개정이 없는 한 일본처럼 한국시장을 십몇년 간 부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 권병재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의 성패에 향후 세제혜택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언급된 세제혜택은 주주환원 증가금액 법인세 5% 세액공제, 투자자 배당 증가금액 저율 분리과세 제공, 상속세 관련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등 크게 3가지"라며 "아쉬운 점은 밸류업 ETF의 분배금에 당장은 세제혜택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밸류업 개별 종목 배당에 세제혜택이 적용된다 해도 이들을 구성 종목으로 하는 펀드나 ETF 의 분배금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그렇지 않다"며 "세제혜택 범위가 이들 ETF로 넓어진다면 밸류업 ETF 역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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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코리아 밸류업지수'…주가상승 동력될까

기사등록 2024/09/24 16:57:5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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