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일봉마을 일대 논 벼 쓰러짐 피해속출
벼멸구에 약해진 벼, 강한 폭우에 '속수무책'
피해 면적 보성 716㏊ 등 전남 1030㏊ 달해
[보성=뉴시스]박기웅 기자 = "50년 넘게 농사 짓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지나간 22일 오후 전남 보성군 복내면 일봉리. 홍정욱(75·여)씨는 자신의 논 앞에서 힘 없이 쓰러진 벼를 보며 한탄했다.
2㏊ 규모 논에 심어진 벼 대부분이 속절없이 누워 있었고 논두렁 곳곳도 무너져 내렸다.
당장 다음 주 수확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홍씨는 "논 농사를 50년 넘게 짓고 있지만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벼가 쓰러진 것은 처음"이라며 "이걸 어떻게 수확할 수 있겠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대다수 농가가 논 농사를 짓는 일봉리 마을 일대 사정은 다들 비슷했다.
홍씨의 논에서 약 200m 떨어진 임형수(62)씨 논 역시 심어져 있던 벼 대부분이 납작하게 뭉개져 있었다.
뭉개진 벼들은 벼멸구 피해를 입은 듯 노랗게 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임씨가 논두렁에 늘어가 쓰러진 벼를 세워보려 했으나 벼들은 쉽게 일어서질 못했다.
흙탕물에 잠긴 벼를 하나라도 건져보고자 논에 들어갔지만 발이 푹푹 빠져 더 이상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임씨는 "올해 농사가 아주 잘 됐었다"며 "하지만 엊그제 벼멸구 피해가 하나 둘 생기더니 바람이 강하지 않았는데도 벼들이 맥 없이 쓰러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벼멸구 피해 때문에 벼가 약해져 다 넘어진 것 같다"며 "논 2㏊ 가운데 절반 이상이 벼가 쓰러졌다. 추수를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했다.
그는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벼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수확을 얼마나 건질지 모르는 일"이라며 "추수를 앞두고 너무나 허탈하다"고 속내도 털어놓았다.
지난 19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보성군 복내면에 내린 비의 양은 298㎜로 집계됐다.
전남 도내 논 벼 쓰러짐 피해 면적은 1030.3㏊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보성 716㏊, 해남 95㏊, 영암 80㏊, 나주 78.3㏊, 순천 30㏊ 등으로 잠정 파악됐다.
곳곳에 들어찬 물이 빠지기 시작한 이날 오전에도 전남도와 각 시군마다 추가 도복·침수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최종 농경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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