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자기 기술 결합, 통신장비 폭발기기로 둔갑 사례
글로벌 공급망 무기화로 중국내 대만 등 전자 제품에 의심 늘 것
“기술이 근본 역할하는 ‘자동 전쟁’으로 나아가는 것 보여줘”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레바논에서의 호출기 폭발로 중국도 전자기기 사용에 더욱 신중해질 전망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삼은 호출기 폭발은 전자제품 등의 공급망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사용되는 전자 제품도 무기화될 수 있어 경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레바논에서 폭발한 호출기는 대만 골드아폴로사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의 ‘BAC 컨설팅 KFT’라는 업체가 제조했다는 것이 골드아폴로사의 설명이다.
이 호출기는 레바논으로 반입되기 전 이스라엘 방위군(IDF)와 정보기관 모사드 등에 의해 폭발물질이 심어지고 원격 조작으로 폭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S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 무함마드 파이잘 압둘 라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디지털 장비와 글로벌 공급망 체인을 이용해 적의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전통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방법으로 디지털과 전자기 수단을 결합하면 통상적인 통신 장비가 폭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사례”라고 말했다.
통신 기기가 이전에는 (도청 등을 통한) 감시 장비로 주목받았으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 특히 대만이 만든 전자 및 통신제품을 더욱 의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이자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대만이 어떻게든 이 은밀한 작전에 연루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강경파가 중국에 있을 수 있다”며 “중국은 다른 대만 산업에 대해서도 더욱 조심스럽게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주요 강대국의 군사 및 정보기관과 강력한 동맹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악용하거나 무기화하여 비대칭 전쟁 도구를 사전 배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홍콩대 국제관계학과 도브 레빈 조교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1990년대에도 하마스의 폭탄 제작자 야히아 아이야시를 죽인 것과 방법이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훨씬 더 컸다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중요한 의문 중 하나는 폭발물이 언제 어떻게 호출기에 삽입되었는지”라며 “공장에서 삽입되었는지, 레바논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삽입되었는지, 아니면 호출기가 도착한 후에 레바논에 삽입되었는지 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프란체스코 만치니 준교수는 “아직 명확히 밝혀야 할 의문점이 많지만 이런 기기와 장치의 무기화는 중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기술이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자동 전쟁’ 방향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단계”라며 “단순히 장치를 무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으로 메시지를 통해 폭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치니 교수는 “이번 폭발은 이스라엘이 기술적 전쟁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이 이런 일을 하는 유일한 나라가 아니며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도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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