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등 극우·대한 강경파 후보들 포진
지한파 외무상 등 현 장관들, 기시다 노선 계승 주목
美가 한일 관계 개선 압박할까…"한일 관계 유지에 기대"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지난 12일 고시돼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의 막이 올랐다. 27일 투·개표일을 앞두고 후보들이 총리가 될 경우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12일 공식적으로 입후보한 후보는 ▲고노 다로(河野太郎·61)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49) 전 경제안보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63)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68) 전 관방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71) 외무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8)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 등 9명이다.
특히 눈에 띄는 후보들은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인물들이다.
후보 가운데 가장 한국에 강경한 후보는 일본 보수파의 스타로 알려진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3) 경제안보상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9일 출마 표명 기자회견에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国) 신사 참배와 관련한 질문에 "국책을 위해 순직하고 조국을 지키려한 분들꼐 경의를 계속 표하는 것은 (내가) 희망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산케이신문은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총리 재임 중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강한 의욕을 나타낸 것이라고 짚었다. 교도통신도 그가 재임 중 참배 의향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2021년 총재 선거 당시에도 "직책에 관계 없이 지금까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왔다. 결코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총리로 취임해도 계속 참배할 의향을 밝혔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과 가까운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도 이례적으로 나서 실망을 표명했다. 이후로 일본 총리들은 참배는 보류하고 공물을 보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 등 근대 100여년 간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된 곳이다. 강제로 전쟁에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 명도 합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당선돼 총리 자리에 올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다면 외교적인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21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나 한국은 세계를 향해 부정확한 정보를 여러 수단으로 발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하원) 의장을 아버지로 둔 고노 디지털상도 대한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일본 정치권에서는 개혁파로 꼽힌다. 한때 한국에도 친근한 이미지였지만 아베 내각에서 외무상과 방위상을 지내면서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외무상이던 2019년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논의할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이 응하지 않았다고 항의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고노 개혁상은 남 대사의 말을 끊으며 면박을 주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총재 선거에 첫 출마하는 모테기 외무상도 대한 강경파다. 모테기 외무상은 아베 내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서 외무상을 지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강제노역 시설 하시마섬(端島·군함도) 문제, 독도 문제 등 한일 간 여러 현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 인물이다.
다만 지중파 하야시 관방장관과 가미카와 외무상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의 각료로, 2명 모두 기시다파 출신이다. 기시다 총리의 노선을 계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미카와 외무상은 일한의원연맹에 소속됐었던 지한파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는 약 한 달 전인 6~7일 방한했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큰 성과로 한일 관계 개선을 꼽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안보 전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제프리 호눙 상급연구원은 차기 자민당 총재에게 "안정과 일관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위력 강화를 추진한 기시다 총리의 노선을 답습해 한국, 호주 등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협력이 "일본과 미일 동맹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정권과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생기면 미일 동맹에 마찰을 초래하고 지역 전체에 악영항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신문은 "미국 내에서 기대가 큰 것은 기시다 총리 아래 크게 개선된 한일 관계 유지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내던 시절부터 한미일 3국 결속을 중시해왔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국장은 신문에 일본 안보 위협인 북중에 대한 대처 등을 들며 “한미일 3국 관계 발전을 일본의 새로운 리더가 최우선시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파트너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동맹국,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 노선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일 관계는 전망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