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30년까지 5조 투자…교육 여건 개선
여·야·의·정 협의체 등 2026년 증원 재검토說
국립대 "새 건물 지었다가 지원 끊기면 어떻게"
사립대, 실효성 의문…"당장 혼란 넘기려는 의도"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내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수를 1500명 가까이 늘린 정부가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명목은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은 이 큰 돈을 받고도 난처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의료공백을 수습하려는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2026년도 증원을 원점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섣부르게 움직여선 안 된다는 불안감이 덮친 것이다.
정부는 증원된 학생 수와 각 대학의 상황에 맞춰 매해 지원금을 새롭게 배정한다. 만약 2026학년도 신입생 증원이 중단된다면 국가 지원 역시 백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대 건물 새로 세웠다가 지원 끊기면?"
이 비용은 기존 의대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를 구매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특히 의대가 건물을 새로 짓게 된다면 관계부처와 협의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턴키)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정작 투자를 받게 될 의대는 정부의 지원이 마냥 달갑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한 지방 국립대 총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의대 건물을 리모델링을 할 순 있다. 새 건물을 지으면 더 좋다. 그러나 이게 1~2년 만에 완공이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공사를 시작했는데 다음 해에 갑자기 지원금이 확 줄면 나머지 공사는 무슨 돈으로 하나"라고 되물었다.
이 총장은 또 "의대 교실, 기숙사를 다 지었는데 '2026학년도에는 증원이 없다'고 하면 그 많은 시설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는 태연한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후에 만약 증원 규모의 변동이 있다면 그 부분은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대학과도 협의해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설 같은 경우는 장기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맞다"면서도 "이 역시 상황을 봐서 설계를 변경하거나, 이미 구축된 경우라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2026학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라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투자액이 '확정됐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은 단년도 예산을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숫자는 말씀을 못드린다"고 밝혔다. 2026년, 2027년, 2028년, 20209년, 2030년에는 각각 어느 정도의 예산이 책정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더 고심 깊은 사립대…"5조원, 결코 큰 돈 아냐"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는 스스로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투자하는 게 원칙"이라며 "1700억원은 사립대에서 요청한 자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립대 융자는) 물론 나중에 상환을 받는다"면서도 "하지만 국가의 지원이고, (사립 의대가) 건물을 짓는 데 지원을 하면 그게 시설 인프라가 되고 대학의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에 사립 의대들이 원하는 규모의 융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전체 금액이 부족하지 않고, 이 융자로 시설·기자재를 확충하면 그 자체로 대학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불이익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립대를 위한 융자금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의대를 보유한 한 서울 사립대 총장은 "사립대가 국립 의대보다 더 많은 구조인데 이렇게 국립대 중심의 투자 방안을 발표한 건 일단 지금의 혼란을 넘기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5조원이 상당히 커 보이지만 여러 대학이 5년 동안 쓸 예산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의대 교수를 뽑고 병원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는데 엄청 많은 돈이 들어간다. 당장 의료 기자재들이 얼마가 고가인지 알고 책정한 투자 금액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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