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첫 단추…홍명보 향한 '야유'에 태극전사들도 '흔들'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출항한 홍명보호의 첫 단추가 어긋났다. 홍명보 새 축구대표팀 감독을 향한 팬들의 야유는 태극전사들까지 흔들리게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이번 경기는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에 치르는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이었다.

동시에 아시아에 배당된 월드컵 본선행 티켓 8.5장 중 6장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사실상의 최종예선 첫 경기로 의미가 컸다.

하지만 결과와 내용 모두 충격적이었다.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과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불운이 겹쳤지만, 그것만으로 FIFA 랭킹 96위로 한국(23위)보다 73계단 낮은 팀과의 무승부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더구나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팔레스타인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뛰었던 일부 선수가 빠진 상황이었다.

또 소속팀이 없어 개인 훈련만 해온 선수도 있었다.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를 다수 보유한 한국이 당연히 잡아야 할 상대였다.

하지만 팬들의 '야유'로 시작한 경기는 '탄식'으로 끝났다.

관중석에선 불공정 논란 끝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6만석에 조금 모자란 관중이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홍 감독이 비칠 때마다 팬들은 야유했다.

경기 킥오프 전에는 '피노키홍',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등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감독을 조롱하는 비판 걸개까지 등장했다.

안방에 울려 퍼진 야유는 홍 감독은 물론 선수들까지 흔들었다.

손흥민이 지적한 논두렁 잔디도 문제였지만, 응원과 섞인 야유는 선수들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묵묵히 팔레스타인 공격을 막아낸 수비수 김민재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작정한 듯 서포터스 붉은 악마가 있는 관중석으로 향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 주는 부분이 아쉬웠다"며 "선수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주장 손흥민도 속상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한다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민재의 행동에 대해선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이라면서도 "홈에서 경기할 때만큼은 우리가 우리의 적을 만들면 안 된다"며 다시 한번 응원을 부탁했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맹활약한 이강인도 팬들의 야유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매우 안타깝다. 감독님과 함께하는 첫 경기였는데, 응원보다 야유로 시작해 안타깝다"고 했다.

미드필더 황인범은 팬들의 반응을 이해한다며 "쓴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변명이 돼선 안 된다. 다음 홈 경기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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