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국민연금개혁 추진 계획
소득대체율·자동안정장치 두고 학계 의견 대립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구조개혁도 쟁점
[서울=뉴시스]구무서 정유선 기자 = 4일 정부가 공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재정안정론자들과 소득안정론자들이 각자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모수개혁부터 시작해 자동안정장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화 방안 등 주요 사안마다 건건이 부딪치고 있어 앞으로 합의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소득대체율 42% 제시에 "빚 늘어날 것"vs"동결하는 게 적절"
앞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1안과 보험료율을 12%, 소득대체율을 40%로 하는 2안을 두고 투표한 결과 절반 이상이 1안을 택한 바 있다.
소득대체율 42%를 두고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선 '너무 높다'는 의견과 '너무 낮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안정화를 강조하는 입장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한다고 해도 (2023년 기준) 1825조의 미적립 부채를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선 보험료를 19.8% 걷어야 한다는 게 5차 재정계산 결과의 핵심"이라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가 되면 2050년대 미적립 부채는 5000조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정부 안을 반대했다.
미적립 부채는 국민연금 적립금(약 1200조)에서 이미 국민연금을 받고 있거나 연금을 가입 사람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액수(약 3000조)를 뺀 금액으로 정의된다.
반면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소득대체율 42%는 공론화위원회 때 논의된 안에 있지 않다. 여당이 처음 제시한 게 43%인데, 협상할 생각이 있다면 정부가 45%는 얘기해야 하지 않나"라며 제시된 소득대체율이 낮다고 봤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007년 개혁 이후 소득대체율을 쭉 낮춰왔는데 정책 집행 신뢰를 위해선 다시 올리기 보다는 동결하는 방안이 지금 상황에선 가장 적절하다"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로 가면 완전하진 않지만 1단계 재정 안정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자동안정장치, 의무가입상한 연령 조정과 함께" vs "노인 빈곤율부터 떨어뜨려야"
윤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동안정장치 도입 검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되 정부가 이와 함께 의무가입상한 연령 조정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2022년 OECD 보고서 평가에 따르면 의무 납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하면 소득 대체율이 13% 늘어나는 걸로 나와 있다"며 "그럼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해도 연금액이 깎이지 않는다. 핀란드가 이런 식으로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를 굳이 하겠다면 40%가 넘어가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일단 떨어뜨려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독일, 일본, 핀란드 등의 선례를 언급하며 "거의 다 보험료율이 20% 가까이 도달해 보험료 인상에 한계점이 있어서 자동안정장치로 조정하게 된 것이다. 그 정도 노력이 있었고 국가도 연금에 국가 조세를 투입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고 투입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보험료율 차등 인상 검토할 만"vs"갈등 생길 것"
오 정책위원장은 "연금 안에 연령대별 형평성 문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차등 보험료율 인상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 정부가 제시한 모형도 괜찮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장년이지만 가입 이력이 짧으신 분들에게는 특례 감면이라는 보완 조치가 있어야 가입 기간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남 교수는 "세대간 형평을 이야기하지만 그걸로는 갈등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사회보험이나 조세 등 다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게 원칙인데 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제갈 교수는 "20대라 해도 소득이 높은 사람이 있고 50대라도 소득이 낮은 사람이 있다"며 "어느 나라도 과거에 냈던 걸 비교해서 후세대가 적게 받는다는 논리로 차등적 보험료를 내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구조개혁안엔 "부족하다", "실현 가능성 의문" 지적
이에 대해 오 정책위원장은 "구조개혁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기초연금을 차등 인상하는 등 하위 계층의 노후 소득 보장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짚었다. 또 "보험료를 올릴 때 도시 지역가입자들이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이 강력하게 언급이 됐어야 한다"고 했다.
남 교수는 퇴직연금과 관련해 "40대 후반, 50대분들이 장사라도 하려면 퇴직금을 써야 하지 않겠나. 퇴직금 받지 말고 퇴직연금으로 묶으라는 건데 이런 노동시장 상황에서 퇴직연금 의무화가 작동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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