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차별 문화 만연…허위 영상 제작·배포자 9할, 30세 미만"
"딥페이크 지도에 전주시 고교 11개 중 10곳…교사도 범죄 표적"
텔레그램 채널 잠입 결과 수십 명이 한 여성만 겨냥해 범행 반복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가 한국 청소년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며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를 3일(현지시각) 조명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에 떠도는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만든 가짜 성범죄 영상물을 의미한다.
르몽드는 "주요 피해자이자 주요 가해자는 청소년이다. 한국은 특히 성차별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라며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허위 영상 제작·배포' 사건 용의자의 69%가 10대이고, 92%는 30세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제작물을 만드는 인원 상당수가 피해자 지인이었다며 학교도 이 같은 범죄에 주요 표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피해 학교를 보여주는 '딥페이크 지도'도 누리집에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 지도는 한 국가, 특히 청소년이 이 재앙에 완전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묘사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달 30일에는 632개 학교가 포함됐는데, 전북 전주시 소재 11개 고등학교 중 10개 학교가 영향을 받았다"며 "교사도 이 같은 우려를 공유한다. 일부 여성 교사가 학생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매체가 직접 문제가 된 소셜미디어인 텔레그램 채널에 접근한 결과 참가자 30여 명이 한 젊은 여성만을 겨냥해 반복적으로 불법합성물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패밀리룸(가족방)'으로 불리는 다른 채널에는 젊은 남성이 여동생이나 사촌을 몰래 촬영해 이를 재료로 AI 기반 성착취물을 제작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같은 유형의 성착취물 유포 채널에 참가한 인원은 적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른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텔레그램 불법합성물 제작 프로그램(봇·Bot)을 통해 건당 650원만 내면 누구든 손쉽게 성착취물을 제작할 수 있다며 이용한 인원이 22만7000여 명에 달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매체는 "한국은 이 같은 규모의 사건에 익숙하다. 2020년 한국은 온라인 성착취 범죄 네트워크인 'n번방'이 발견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라면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일련의 법률이 뒤따랐지만 많은 한국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는 가해자 사이에 여전히 면책 의식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서술했다.
또 최근 AI 발달로 인한 성범죄 경고는 계속돼 왔지만 여름이 끝나갈 무렵 폭발적으로 우려가 증폭됐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여성단체가 시위를 벌이면서 전국적으로 휘몰아친 디지털 성범죄에 맞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은 경찰에 협조하기를 반복적으로 거부해 비판받고 있다"며 "이 같은 자유방임주의 정책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에게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9000㎞ 떨어진 프랑스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은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 간담회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영상물 수사 공조 가능성을 열어뒀다.
본 수석은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규제 있는 디지털 세상'이란 비전 아래에 디지털 서비스 콘텐츠에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성범죄는 당연히 이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사법 공조 체제가 구축된 만큼 앞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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