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학교 vs 유아학교…교육·보육 통합 이름 놓고 설전

기사등록 2024/08/23 13:50:25

최종수정 2024/08/23 15:26:53

유보통합 기관 명칭 수렴할 공청회 열려

어린이집 측 '영유아학교'…"영아도 주체"

유치원 측 '유아학교'…"학제로서 연계성"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 명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시내한 어린이집의 간판. 2024.08.23.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 명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시내한 어린이집의 간판. 2024.08.23.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지난 정권에서 '유아학교'라는 이름 변경을 약속받았다", "0~5세 아동을 포괄하기 위해서는 '영유아학교'라는 이름이 적합하다."

교육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 명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학계와 유치원·어린이집 교원, 학부모 등 다양한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영유아학교'와 '유아학교'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유보통합 기관의 이름에 '학교'가 포함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측은 영유아학교, 유치원 측은 유아학교 등을 주장하며 각자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0~5세 포괄할 '영유아학교' vs 교육기본법 따라 '유아학교'

이날 공청회에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영유아학교'에 힘을 실었다.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영아와 유아를 분리하는 명칭은 유보통합의 목적을 훼손하고 영유아기관 운영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영유아학교라는 이름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유보통합 기관을 '영아'를 제외한 채 '유아학교'라고 명명하는 건 "영아는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보육'의 대상이라는 잣대로 구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아도 배움의 주체"라며 "세상과 만나 배우는 방식이 다르다고 '교육'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주장은 자신의 이익을 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치원 관계자들은 '유아학교'가 학제 및 법령상으로 검토했을 때 더 적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보통합 기관 명칭을 영유아학교로 할 경우 우리나라 학제가 '유치원' '초등' '중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과 맞지 않다"며 "학제로서 연계성이 용이한 유아학교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이경미 한국국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장은 '유아학교'라는 명칭으로의 전환은 이미 이전 정부에서 약속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아학교'라는 명칭은 영유아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며,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대립 없이 두 명칭을 혼재해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이정우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장은 "0~5세 전체 연령에 대해서는 '영유아학교'라는 통칭 하에 0∼2세를 위한 기관은 '영유아학교', 3~5세를 위한 기관은 '유아학교', 0~5세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면 '영유아학교'(가 적합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0~2세, 3~5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분리돼 잘 실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보통합 정책 대상은 0∼5세이지만, 새로운 통합기관에서는 여건에 따라 만 4∼5세만 운영하거나 만 0∼2세만 운영하는 등 다양한 통합 모델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명칭 역시 구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 명칭 공청회에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영유아학교'에 힘을 실었다. 반면 유치원 관계자들은 '유아학교'가 학제 및 법령상으로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2024.08.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 명칭 공청회에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영유아학교'에 힘을 실었다. 반면 유치원 관계자들은 '유아학교'가 학제 및 법령상으로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2024.08.24. *재판매 및 DB 금지

일제 잔재 '유치원', 새 이름 붙일 기회

정부의 유보통합 정책이 불을 붙인 건 맞지만 '유치원'이라는 표현을 놓고는 학계와 현장에서는 꾸준히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이전의 유아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유치원'은 일제강점기가 남긴 흔적이다.

일본은 독일의 '킨더가든(kindergarten·어린이 정원)'을 일본식 한자(幼稚園)로 번역해 어린이 교육 기관의 이름을 지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일본 아동만을 위한 교육 기관을 우리나라에 설립하며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그 표현이 아직도 국내에 남아있다.

토론에 앞서 고영미 순천향대 교수는 "유치원은 '유치하다' '미숙하다'는 비하의 의미가 담겨 활용되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만 0~2세를 위한 기관인 '어린이집'은 과거 탁아소, 새마을유아원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1991년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어린이집으로 모두 통일됐다.

어린이집은 교육보다 돌봄에 방점을 찍은 사회복지 성격의 기관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을 받았다. 그러나 유보통합 기관이 될 경우 이제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교육부가 주무부처가 된다.

교육부는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통합기관 명칭 선정을 위한 기준을 정립하고, 통합기관 명칭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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