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행안위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여 "맹탕청문회…대통령실과 엮는 정쟁 멈춰야"
야 "'용산이 심각하게 바라본다'며 누군가 압박"
[서울=뉴시스]정금민 최영서 기자 = 여야는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 출석 문제와 외압의 실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의혹은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말레이시아인 마약 조직원들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할 때 인천 공항 세관 직원들이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야당은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경정)의 주장을 토대로 대통령실과 경찰 윗선이 세관의 혐의를 지우기 위해 관련 보도자료 배포 및 언론 브리핑을 연기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은 외압 행사 정황 자체가 없었다며 백 경정이 위증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과 백 경정은 사건을 정쟁화시키고, 오늘 맹탕 청문회를 열었다"며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초기 수사단계에서 세관이 연루된 증거가 없으니 브리핑 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상부와 관계기관의 의견 개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용산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과대망상이다. 도대체 용산이 누구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도 "이 사안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통화한 사람이 없는데 대통령실의 압력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백 경정의 개인 생각으로 국가 비상 대비 을지훈련 중인데 청문회를 하고 있다"며 "오늘 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위원장과 청문회를 주도한 분들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 근거 없이 대통령실과 엮는 정쟁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다.
오후 질의에서도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백 경정이 얘기하는 것들을 보면 '사건 중단'이 아니다"라며 "브리핑과 관련해서 타당한 지적이 있다면 그것은 백 경정이 수용했어야 하는데 안 했다. 그래서 자가발전과 확증 편향이 일어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이 의원이 '브리핑을 중단하라고 한 적 있나'라는 물음에 "아니다. 좀 더 진전된 수사 후에 브리핑하도록 제안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당시) 브리핑을 하게 되면 피의사실 공표, 공보 규칙상 책임 문제가 있다"며 "(브리핑 연기 요청을) 안 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수사 외압의 배경에 대통령실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국민적 의혹이 있으면 여야가 논의해 청문회라는 절차를 진행하고 의혹을 해소하는 게 정당한 국회의 절차"라며 "백 경정은 수사와 관련한 혁혁한 성과를 냈는데 이 정도면 승진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좌천됐다"고 말했다.
같은당 이상식 의원은 "(여당에서) 보도 자료가 연기됐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연기가 되면서 차곡차곡 세관이 하나 둘씩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경종 의원도 "관세청 내용을 함구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사건을 서울청으로 가져오려고 한 게 아니냐"며 "사건 브리핑 이후 세관 보도가 쏟아졌는데 부담을 느낀 서울청이 이첩을 보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의 말처럼 용산에서 알고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내용으로 용산이 직접 개입을 했거나 용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누군가가 중간에서 압박을 넣은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야당에서는 관세청이 마약 사건 연루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하고 힘들고 어렵다고 하면서 수사를 통해서 제대로 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조 안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통감하고 자책하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책임을 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검찰이 반려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나"라는 용 의원 질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여야는 청문 시작 전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행안위에는 증인 28명 중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7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맹탕 청문회', '청문회의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오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증인 7명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져 오전 내에 출석하도록 하고 만약 (출석을) 안 할 경우 고발 조치를 포함한 행안위 차원의 모든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은 범정부 차원의 비상 대비 태세 점검 훈련(을지 연습) 기간에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맞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을지훈련의 핵심 주체인 경찰, 전국 주요 항만공항의 출입국과 물품 통관을 담당하는 관세청이 청문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마약 수사를 강조해 왔는데 그런 정부에서 마약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