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촉진법' 제정…사업 절차 간소화
최대 용적률 추가 허용, 임대주택 의무 공급 완화
공사비 갈등 중재 근거 마련…조합 부담 완화책
"사업성 악화가 근본 원인…지원대책 보완 필요"
"대부분 법령 통과 전제" 국회 문턱 넘는 게 관건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정부가 특례법을 제정해 정비사업에 걸리는 기간과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 등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을 큰 폭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나, 최근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원인이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인 만큼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8일 오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공급대책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단축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큰 폭으로 늘리기 위한 각종 방안이 담겼다.
가칭 '재개발·재건축 촉진법'을 제정해 ▲기본계획·정비계획의 동시 처리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동시 수립 ▲사업시행·관리처분 일괄 인가 등을 추진해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촉진법을 통해 사업 절차를 통합·동시 진행하고 행정청 인가도 한꺼번에 내림으로써 길게는 14~15년까지 걸리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5~6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아울러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을 70%, 동별 요건을 3분의 1로 완화하고, 총회 시 전자의결도 허용하기로 했다. 총회 개최비, 사업계획 수립 용역비 등 초기사업비를 구역당 50억원 이내에서 기금에서 융자받게 했다.
3년 한시적으로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 등 각종 규제도 완화한다. 우선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추가 허용하기로 했다.
역세권 정비사업의 경우 법적 상한의 1.3배, 일반 정비사업의 경우 1.1배까지 추가 허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3종 주거지역 기준 역세권은 390%까지, 일반은 330%까지 용적률이 늘어난다.
다만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 이번 대책 발표일 이전 사업계획인가를 신청한 곳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용적률 완화에 따라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도 완화하고, 임대주택 인수 가격도 현재의 1.4배로 높이기로 했다. 건축물 높이 제한, 공원녹지 확보 기준도 완화하고, 전용 85㎡ 이하 주택 공급 의무도 폐지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도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가칭 '공사비 검증 지원단'을 한국부동산원에 신설하고 전문 인력도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일정 규모(1000세대) 이상 사업장에 공사비 갈등이 발생할 경우 현장 갈등을 조율할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해 지자체가 개입할 근거도 마련했다.
조합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의 경우 규제지역 외 지역에 한해 분양가 12억원 이하일 경우 취득세를 최대 40% 범위에서 감면하고, 주택연금 한도의 70%까지 분담금 납부에 쓸 수 있게 한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좌초되는 원인이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에 있는 이상 이번 대책만으로 사업 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도심 재정비 사업의 경우 민간의 동의에 의해 사업이 결정되는데 사업성 악화로 개발부담금이 커지고 이익이 줄면 동의율이 떨어져 사업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해결 방안이 제시됐지만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정비사업 지원안을 실행하려면 특례법인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부터 도시정비법·소규모정비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까지 모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재건축 부담금 폐지 역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이 지난 6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공급 방안의 많은 부분이 법령 통과가 전제된다"며 "지금까지의 상황처럼 국회에 계류만 되어 있다면 결국 정부의 공급 계획 물량을 현실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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