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 '중구 지하도 살인 사건' 등
잇따르는 흉기 사용 강력범죄에 시민들 불안 가중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최원우 인턴기자 =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눈을 일부러 안 마주치려고 했어요. 혹시 이상한 사람이 있다면 제가 표적이 될까 봐요."
직장인 장모(30)씨는 최근 연달아 터지는 도심 '흉기 살인'에 출퇴근길이 편치 않다.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보니 이따금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곤 한다.
그는 "내가 조심한다고 안전해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 '중구 지하도 살인 사건' 등 최근 서울에서 흉기 사용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앞서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남성이 전날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9일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지 사흘 만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7일에는 성동구의 한 할인마트 정육점에서 부하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검거됐다.
지난달 31일엔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결혼을 앞둔 지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흉기 사용 강력범죄는 알려진 것만 7건에 달한다.
연이어 발생하는 흉기 사용 강력범죄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김희은(52)씨는 "최근 자주 가는 네일샵 직원이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우산으로 맞는 봉변을 당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간첩이다'라고 말하며 두들겨 팼다고 한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칠까 봐 특히 더 불안하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주혜(22)씨는 "행인이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며 "나한테 어떻게 해코지할지 모르니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이 더 크다.
세 자녀를 둔 신은규(52)씨는 "딸의 귀가 시간을 체크하게 되고 불필요하게 아이들을 간섭하게 되면서 아이들과 불필요한 신경전까지 하게 됐다"며 "아이들도 긴장도 높아지면서 더욱 마음껏 놀지 못하는 것 같다. 외식도 영화관도 공원도 마음 놓고 못 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방모(30)씨는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고 있다"며 "특히 정신질환이 있는데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상동기 범죄는 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건)에 비해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적잖은 이상동기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