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복싱은 3·4위전 미진행
4강 진출로 최소 동메달 확보해
[파리=뉴시스] 김진엽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54㎏급 동메달을 확보하며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 메달리스트가 된 임애지(화순군청)가 결승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임애지는 2일 오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복싱 54㎏급 8강전에서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를 상대로 3-2(30-27 30-27 28-29 29-28 28-29) 판정승을 기록하며 4강에 올랐다.
한국 복싱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3·4위)을 진행하지 않아, 준결승에 오른 임애지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지난 2012 런던 대회 당시 한순철이 획득한 은메달 이후 한국 복싱 첫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복싱은 2012 런던 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한국은 직전 올림픽인 2020 도쿄 대회까지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임애지가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첫 메달까지 획득했다.
임애지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나라 복싱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하다. 감사하다"라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정작 링 위에서는 무서웠다고 한다.
"사실은 너무 무서웠다"고 운을 뗀 임애지는 "원래 더 파워풀한 상대인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덜 달려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냥 집중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경기 끝까지 '내가 이겼다'는 마음은 없었다. (경기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오전, 오후, 야간 경기가 있는데, 야간 경기를 해도 이렇게 늦게 한 건 처음"이라며 "(경기 시작 전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했던 것 같다"며 링 위에 빨리 오르고 싶은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임애지는 이날 승리로 12년 만의 한국 복싱 메달을 딴 선수면서도 동시에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어떤 수식어가 더 마음에 들고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여자 복싱 최초라는 말이 더 뜻깊은 것 같다. '최초 메달리스트'라는 말이 더 의미 있다"고 답했다.
꽃길만 걸어온 건 아니다.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 대회 때는 첫 경기에서 패배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16강에서 떨어졌다.
임애지는 "(도쿄 대회 끝나고) 선생님께 '다음 올림픽까지 3년 남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힘이 쫙 빠졌다. '또 준비해야 한다니'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그래도 했네'라는 생각이다. 그때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져서 그만두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도쿄 때는 대학생, 항저우 때는 직장인이었다.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이건) 직업이다'라는 마음으로 버텼다"며 "예전에는 성적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면, 이번 파리를 준비하면서는 즐기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임애지의 시선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오는 4일 오후 11시34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 준결승전을 치른다.
아크바시까지 누르면 9일 오전 5시51분 방철미(북한)-창위안(중국)전 승자와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그는 "다시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선생님들이 1승만 더 하면 메달이라고 했는데, 나는 '3번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결승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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