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소비자·판매자 티몬·위메프 본사 방문해 환불 요구
많게는 수십억까지 물린 소상공인들…줄도산 우려도
정부 차원 대응 나섰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없어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티몬과 티몬월드에서 디지털·가전 카테고리 취급하던 셀러입니다. 지금 갚아야 할 은행 선정산금 40억원, 미정산금 30억원입니다. 19일 티몬의 선정산이 지연되고, 22일 티몬월드의 선정산이 지연됐는데 24일 은행으로부터 5윌 뒤 채권추심 들어간다는 유선통보도 받았다고 하고요."
지난 25일 티몬 셀러 A씨는 "죽고 싶은 심경"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셀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식음료 셀러 B씨는 5월분 1억원, 6~7월분 2억5000만원 정도가 미지급 되어 있는 상황이다.
B씨는 "셀러들은 생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라 대금 미지급은 곧 파산"이라며 "하루하루 잠도 오지 않는데 큐텐그룹의 책임감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기반 큐텐그룹의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및 환불금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름휴가를 앞두고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항공·숙박권을 취소당한 뒤 환불을 받지 못하자 각 회사 사옥을 찾아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소비자들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위메프 본사에 몰려왔고, 회사는 방문한 상품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환불 신청을 받았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지난 25일 자정께부터 이날 새벽까지 본사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현장 환불 과정을 지켜봤다.
다만 위메프는 26일 오전부터는 현장 환불 대신 홈페이지와 앱, 고객센터 전화 연결을 통해서만 환불 신청을 받고 있는 상태다.
위메프에 이어 티몬도 26일 오전 1시께부터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 피해 구제를 먼저 진행한 후 판매자 정산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류 대표는 지난 25일 위메프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우선 피해자들에 대한 환불 조치를 진행한 후 소상공인과 영세상공인들에 대한 정산 등을 할 것"이라며 "티몬도 같은 스탠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6만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로, 일부 업체는 정산을 받지 못한 금액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중소 업체들의 자금이 경색될 위험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연쇄 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액은 1600억~1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을 열고 "정산기일이 도래했는데 실제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미정산액은 업체에서 보고한 게 1600억~1700억원"이라며 "다만 업체가 파악해 보고한 숫자라서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현장조사반이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중 위메프의 미정산금액은 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메프 본사에서는 한 판매자가 위메프와 류화현 대표 앞으로 보낸 독촉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당 독촉장엔 약 4억5000만원의 판매 대금 정산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류 대표는 지난 25일 위메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위메프 미정산 금액은 400억원 정도"라며 "티몬과 위메프만으론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어 큐텐그룹 전체가 나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하자 다음 달 중 에스크로 결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크로란 제3의 금융 기관에서 판매 대금을 보관하고 구매자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결제 방식이다.
쿠팡, 11번가, G마켓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에스크로(가상계좌)' 결제 방식을 통해 대금을 지금하고 있어, 셀러 대금 정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정부도 뒤늦게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 관련 관계 부처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해 소비자·판매자 등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정산예정·완료 및 지연 현황 등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고 관계부처에서 조치가 가능한 방안을 점검·논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4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에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