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발송 건수 사흘 새 71→341건 급증
기지국 기반…인접 지역 문자 중복 수신 가능
"재난문자가 일상 안내가 되면 제 기능 상실"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재난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요. 처음엔 문자 내용을 다 읽다가도, 한 8개가 연이어 오니까 아예 무시하게 되더라고요."
1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틀 연속 수도권 지역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관련 정보를 담은 재난문자 발송이 급격히 늘었다. 시민들은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유사한 내용의 문자를 여러 번 받으니 피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난문자란 재난 상황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될 때, 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국민 개개인의 휴대전화로 발송하는 알림을 뜻한다. 재난문자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문자로 분류해 발송한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로 출근한 A씨는 동일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50여분 동안 3번 받았다. 3건의 문자는 모두 "하천 주변 등 위험지역에 가지 말고, 대피권고를 받으면 즉시 대피하라"는 내용으로 전부 같은 곳에서 보낸 것이었다.
이는 재난문자가 위치를 기반으로 발송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출근을 위해 이동 중이던 A씨는 각각의 재난문자가 발송될 때마다 다른 위치에 있어 동일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반복해 받은 것이다. 아직 중복된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않게 하는 기능은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한모(29)씨도 "1시간 동안 재난문자가 8개 들어왔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위험하다는 거라면 몰라도 안전에 유의하라는 일반적인 내용을 기관마다 보낼 필요가 있느냐"며 "재난문자의 의미를 상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난문자 발송 건수는 최근 사흘 사이 급격히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15일) 전국적으로 총 71건에 불과했던 재난문자 건수는 16일 189건 → 18일(오후 4시 기준) 369건으로 급증했다. 이틀간 발송된 재난문자의 대부분 호우·산사태·홍수 등 비로 인한 피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특히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기반으로 발송하는 재난문자의 특성상 실제 위치해있는 곳이 아닌, 인접 지역으로 보낸 재난문자를 중복으로 받게되다보니 개인이 체감하는 재난문자 수신 빈도는 실제보다 더 높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방적 차원에서 재난문자를 수시로 보내면 결국 일상 안내처럼 인식돼 제 기능을 못 한다"며 "재난문자를 받았을 땐 즉시 행동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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