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만명 사직' 임박…정부, '전문의 중심 병원' 속도 낸다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대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이 다가왔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은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종 사직 처리 규모는 이르면 오는 16일 집계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대로라면 1만명 이상이 사직 처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전문의 중심병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만3756명 중 1111명(8.1%)에 불과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레지던트는 1만506명 중 61명뿐이다.

앞서 '빅5' 병원 등 수련병원 대부분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이날까지 사직 또는 복귀 중 거취를 결정해 달라고 공지했다.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으면 자동으로 사직 처리한다고도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출근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 1만명 이상은 사직 처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직하더라도 9월 하반기 수련에는 응시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올해 9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한해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을 완화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같은 연차와 전공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사직 후 1년 후인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현행 지침상 수련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같은 전공이나 연차로 복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병원을 이탈한 2월을 사직 시점으로 주장하지만,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를 철회한 6월4일부터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내년 3월 복귀는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40개 의대 수련병원 교수 대표는 이날 권고문을 통해 "복귀·사직 확인 시 사직하겠다고 응답한 전공의를 사직 처리할 경우 사직서 수리 시점은 해당 전공의 의견을 존중해 합의한 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필수 의료 공백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복귀하더라도 '빅5' 등 주요 수련병원과 인기 과목 위주로 채워질 뿐 필수 과목 지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내과, 외과 등 필수 과목 전공의들은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복귀할 이유가 많지 않다. 필수의료과는 9월 복귀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며 "9월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빅5 등 수도권 병원이나 인기 과목에 한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와 별개로 의료개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전공의 비중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중증 수술 수가를 대폭 올리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상 체계도 개편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을 15% 감축해 진료량도 줄인다. 전공의 중심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을 중심으로 병원 진료 체계도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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