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의혹 사실이면 사퇴하나"…한 "노상방뇨하듯 오물 뿌려"
한 측은 총선백서 전당대회 전 발간 반대…다른 후보들은 찬성
지도부·특위, 백서 발간 시점 두고 '난감'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한동훈 후보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원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고리로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한 후보는 이를 마타도어(흑색선전)로 규정하고 "노상방뇨하듯 오물을 뿌린다"고 비판했다. 총선백서 발간 시기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 한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길 수 있어서다.
원 후보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총선을 총괄한 한 후보는 '네거티브'라며 검증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구태정치는 '한동훈식 거짓말 정치'"라며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비선 측근들을 챙기며 거짓말로 정치하는 사람이 당대표가 된다면, 자신의 대권 이미지만 생각하고 공사 구분 못 하는 당대표가 된다면, 이재명 민주당에 대항은커녕 분열로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원 후보의 계속된 거짓 마타도어들에 답한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원 후보는 제 가족이 공천 개입 했다는 거짓 마타도어를 해놓고, 지난 TV조선 토론에서 선관위 핑계대며 앞으로 더 안 하겠다고 그러면서도 반성도 사과도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다시 말 바꿔서 하루도 안 지나 거짓 마타도어들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마치 노상방뇨하듯이 오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당원동지들과 함께 변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날 선 공방은 이날 예정된 MBN 주관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내일인 12일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합동연설회도 예정돼있다.
특히, 원 후보 측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후보에게도 역전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추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준비한 카드를 모두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친윤(친윤석열)계 후보로 불리는 상황에서 전당대회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일~1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한 후보는 55%를 기록했다.
나 후보와 원 후보는 각각 12%, 10%로 뒤를 이었고, 윤상현 후보는 1%였다. 태도를 유보한 '없다·모름·무응답'은 54%였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다.
5400명과 통화를 시도해 1000명(18.5%)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 측은 총선백서 발간 시기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전에 내용이 공개될 경우 한 후보를 향한 '총선 책임론' 공세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백서 발간 시기'에 관한 질의에 "우리 당은 힘센 사람에게 줄 서는 데 익숙한 것 같다"며 "총선백서의 초기 의도가 어떻게 보였건 간에 객관적 자료로 발간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같은 날 취재진에게 "(김 여사) 문자가 논란이 되는 것은 당이 공식적으로 총선 패배 원인을 규명하지 않아서 이런 인식이 있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총선 패배의 원인을 성찰하면서 이뤄지는 게 전당대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 지도부와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총선백서 발간 시기를 쉽게 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어떤 결정을 하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탓이다.
특위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원래 내기로 했던 일정이 7월 초"라며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논의를 해 의견을 달라고 황우여 비대위원장에게 요청드린 상태"라고 말했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비대위에서 시기를 정해줄 수는 있지만, 부실한 백서를 우리에게 책임을 넘기듯이 주면 안 된다"며 "완성이 돼서 더 다룰 게 없다고 할 정도면 의총을 열거나 원로, 중진들의 얘기를 듣고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총선백서 발간 시점과 내용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