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 채 상병 수사 1년 만에 마무리…'11포병 대대장 탓'

기사등록 2024/07/08 14:58:19

최종수정 2024/07/08 17:38:52

7여단장 등 현장지휘관 6명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송치

임성근 전 사단장 등 3명은 불송치 결정

[안동=뉴시스] 박준 이상제 정재익 기자 =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북경찰청은 채 상병 사망사고에 대해 임 전 사단장 등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수사한 결과 7여단장 등 현장지휘관 6명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송치, 임 전 사단장 등 3명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 결정했다.

경북경찰청은 채 상병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11포병대대장의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가 직접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봤다.

8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해병대 채 상병은 지난해 7월19일 오전 9시1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 산사태로 발생된 실종자들(예천지역 15명)을 수색하던 중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채 상병은 같은 날 오후 11시께 예천군 고평교 하류(실종지점에서 6.5㎞)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채 상병 사고 당시 예천지역은 지난해 6월26일부터 시작되 장마로 강우와 송강 상태가 반복됐고 지난해 7월14일부터 18일까지 호우경보가 발효 돼 전년 동기간(105.3㎜) 대비 3배(34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채 상병이 실종됐던 내성천은 하천 바닥의 고운 모래로 인해 발이 쉽게 빠지고 흙탕물 유입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안전장구 없이 하천 본류에서 수중수색을 할 경우, 급류에 휩쓸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채 상병 사고 이후 정치권을 비롯한 해병대 전우회 등은 명확한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경북경찰청은 채 상병이 왜, 어떤 경위로 위험한 하천 본류에 들어가 수색을 하던 중 숨지게 됐는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들어갔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24일 국방부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즉시 수사전담팀(총 24명)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해 ▲군·소방·지자체 등 관련자(67명) 조사 ▲현장감식(지난해 8월28일) ▲해병대 A사단 압수수색(지난해 9월7일) 등으로 확보한 190여점의 자료를 분석하고 군·소방·국과수·K대학 수사자문단 등 합동 실황조사(지난해 9월14일)를 실시했다.

경북경찰청은 수사를 통해 많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예천지역 호우피해 복구에 투입된 해병대 1사단 예하 신속기동부대는 국방재난관리훈령에 근거, 국방부장관이 재난상황 등에 대비해 긴급구조지원 기관으로 지정한 부대다.

지난해 7월15일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의 군부대 적극지원 지시에 따라 같은날 오전 8시께 및 다음날 오후 1시30분께 임 전 사단장 주관 긴급지휘관 회의를 갖고 호우피해 복구작전을 준비했다.

지난해 7월17일 오전 8시30분께 해병대사령관 주관 긴급지휘관회의에서 1사단 예하 신속기동부대와 지원부대로서 포병여단 및 직할부대 등 1600명의 병력지원이 결정됐다.

당시 신속기동부대는 1사단 7여단(보병)으로 구성됐으나 연합훈련 등 제반 사정으로 병력이 부족해 채 상병이 소속된 포병여단 등이 신속기동부대장(7여단장) 지휘하 추가 편제됐다.

이후 합동참모본부(합참)와 2작전사령부(2작사)에서 각 하달한 단편명령에 따라 지난해 7월17일 오전 10시부로 신속기동부대장에게 호우피해 복구작전 임무가 부여되고 육군 50사단이 신속기동부대를 작전통제해 임무를 수행토록 해 신속기동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해병 1사단’에서 육군 50사단으로 전환됐다.

당시 경북 북부지역(문경·영주·봉화·예천)에는 해병대가 투입되기 전부터 육군 50사단장의 작전 통제 하에 육군 J여단(문경)과 H여단이(영주봉화) 할당받은 지역에서 각 여단장의 책임 하에 실종자 수색과 복구작전을 하고 있었다.

육군 50사단장은 지자체 및 소방 등의 요청으로 군이 지원·투입된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기동부대장인 7여단장에게 예천지역을 할당해 현지 지자체, 소방 등과 협의해 임무 수행토록 했다.

이에 7여단장의 책임하에 현지 소방 측과 3차례의 협조희의를 통해 작전구역을 수변 수색작전 2개 권역과(한천·석관천~내성천) 수면 수색작전 1개권역(내성천하류)으로 나누고 수중수색은 소방에서, 수변수색은 해병대에서 각 담당하되 수변수색은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수변에서 육안으로 수색하기로 했다.

권역별 부대할당과 수색방법은 해병대 자체적으로 판단해 시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건의 핵심인 실종자 수색지침 관련해 작전 당일인 지난해 7월18일 오전 5시께 7여단장은 현장지휘소에 소집된 여단 참모 및 대대장 등 현장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전날 소방측과 협의된 작전지역 설명과 함께 수변수색 작전은 '물속에 들어가서 하는게 아니라 물가에서 육안으로 수색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수색지침을 교육하고 각 대대별 책임지역에 대한 사전지형정찰과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후 하천 일대 위험성을 보고받고 같은날 오전 6시44분께 '수변정찰시 안전하게 진행하되 무리하게 하천에 접근하지 말고 위험한 지역은 도로정찰 위주로 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날 오전 6시54분께 포병여단 11포병대대장이 소방 측 현장책임자로부터 '도로정찰은 이미 했으니 해병대는 수변 아래 정찰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전화 요청을 받았다.

이를 보고받은 7여단장은 같은날 오전 7시3분께 '도로정찰 위주이지만 각 제대별 판단해서 장화 깊이까지 들어가는 노력은 필요할 듯 하다'는 지시를, 오전 7시10분께는 '현장에서 판단해서 위험한 구간은 도로정찰하고 장화로 가능한 부분은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즉,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며 그 한계를 설정해 지시했고 이는 사고 당일까지 지속된 수색지침으로 정해졌다.

포병여단은 지난해 7월18일 오후 9시30분께 자체 결산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선임 11포병대대장이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라고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를 임의로 함으로써 다음날 오전 9시1분께 채 상병 7포병대대가 허리높이의 수중수색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18일 오전 8시5분께 예천 현장지휘소를 방문해 7여단장으로부터 소방 측과 협의된 수색지침을 보고받고 7여단장 수행 하에 수색현장과 숙영지 등을 지도 점검한 후 오후 5시15분께 사단본부로 복귀했다.

이어 오후 8시30분께 7여단장 및 여단 참모들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주관했으며 이 화상회의에는 숙영지가 달랐던 11포병대대장 등 포병여단 지휘관들은 참석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경찰은 채 상병 순직 사고에 대해 ▲11포병대대장의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가 그 직접적 원인으로 7여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수색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는 점 ▲7여단장과 달리 포C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그런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 점 ▲작전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을 이유로 11포병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지침 변경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점 ▲포병부대의 수색지침 변경이나 그 징후 및 일부 수중수색 사실 등을 보고받거나 인식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이런 미인식과 사망사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 전 사단장에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사고 진상과 책임자가 신속히 밝혀질 수 있도록 이후 형사사법절차에도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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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 채 상병 수사 1년 만에 마무리…'11포병 대대장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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