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정한 주식가격 형성을 방해"
"선량한 투자자들은 예측 못한 피해"
권오수 측 "엑시트 통한 차익 없었어"
[서울=뉴시스] 장한지 박현준 기자 =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회장의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 등 9명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1억3600여만원을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시세조종 행위는 공정한 주식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상장사 대표가 주도해 장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이 일어났다"고 구형 사유를 설명했다.
또 1심 때와 같이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주식전문가 이모씨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00억원,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블랙펄) 대표 이모씨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00억원을 구형했다.
아울러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징역 2년6개월~5년의 실형 및 50억원~100억원의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다.
1심에서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받은 '전주(錢主)' 손모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5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원심은 손씨가 차익 실현을 위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게 공모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손씨가 주가 하락 방지에 도움을 준 점 등을 보면 최소한 '방조' 혐의는 인정된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권 전 회장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지금까지 단 한 주도 본인 명의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처분한 적이 없다. 엑시트를 통한 차익 등 사익 추구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권오수에게 잘못이 있다면 이씨 등 주식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만나 교류했다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일임받아 운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김 여사의 계좌는 대신증권이 일임받아 운용했으며, 이 또한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취지다.
권 회장 측은 "(1심은) 김건희 대신증권 계좌와 관련해 일임 운용된 거라고 했다. 대신증권 녹취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판단"이라며 "녹취록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고 공모에 의한 통정거래이기는커녕 일임받은 증권사 직원이 가격 결정한 정상적인 거래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전문가 이씨 측은 "권오수가 책임지겠다고 해서 처음으로 주가관리를 했다. (권오수와) 서로 분쟁이 터져서 갈라선 게 이 사건 전말이다"며 "도이치모터스 매수를 부탁했는데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걸 갚지 못해서 담보제공 요구 못했다는 것이 실상"이라며 주가조작 가담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투자자문사 대표 이씨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일부 공소사실은 공소시효 완성됐고 그 자체로 면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증권사 직원 이씨 측은 "시세조종 하더라도 피고인이 얻을 이익이 별로 없어 시세조종 할 동기가 없다"며 "주가조작 공범들로부터 대가를 받기로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증권사 직원 김씨 측도 "피고인은 권오수 사이에 본 건 범행에 대해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 등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블랙펄 임원 민모씨 등이 주가조작 선수, 투자자문사 등과 짜고 다수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권 전 회장은 2008년 도이치모터스가 우회 상장한 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주가조작 선수로 불리는 이씨에게 의뢰해 주가조작을 계획했고, 이씨는 증권사 임원 김모씨에게 주식 수급을 의뢰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귀국해 체포된 민씨는 김씨와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시장에서 서로 주고받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하고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민씨 측은 1심 재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해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1차 작전 시기인 2010년 1~5월 거래를 일임한 것일 뿐 주가조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선수로 지목된 이씨에게는 징역 2년 및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김 여사가 거래에 대부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시기에 대해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는데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1심은 '전주'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손씨에 대해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는데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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