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추계자료 바탕으로 한 과학적 수치…문 정부 400명이 근거 없어"
야 "총선용 졸속안 의구심 커…용산 아닌 복지부 결정했단 말 누가 믿나"
[서울=뉴시스] 김지은 하지현 기자 = 여야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 대란 청문회에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추진과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한편 의대 증원 규모는 충분한 논의 끝에 확정했다며 정부 엄호에 주력했다. 반면 야당은 의대 증원 규모로 2000명(최종 1509명)을 정한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 자료가 부족하고, 정부의 일방통행이 사태를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에 따르면 국책연구소 등 3개 연구기관에서 의료 수요와 의사 공급의 측면을 고려해 공통적으로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의대 2000명 증원의 타당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리려 했던 시도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의 안상훈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동일한 의료개혁 의지를 가지고 의대 증원을 시도했는데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나"라고 거들었다.
이에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연간 400명을 증가하는 결정을 할 때 추계자료를 근거로 하지는 않았다"며 "과거 의약분업 때 감원됐던 351명에 의사과학자 50명을 더해 400명 정도 늘리면 적정하겠다는 판단으로 했다. (숫자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협의체를 통한 논의 과정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의대 감원과 증원의 과정에서 정확한 근거에 기반한 정책화를 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한지아 의원이 "의대 2000명 증원을 추진하기 위해 5조원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자, 박 차관은 "사실이 아니"라며 "각급 학교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요를 재정 당국과 함께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끝나면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쓴소리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서명옥 의원은 "국민에게 의료 공백이 발생한다면 의사 수는 얼마든지 늘려야 한다"면서도 "의대 증원 2000명에 세부적으로 몇 명의 의료진이 필요한지, 어떻게 인력을 확보할 것인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과학자가 얼마나 필요한지 등 세부 분석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 시행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이 분명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왜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고 시행했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의료 공급 주체가 의사기 때문에,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 "거시적으로 필수 인력이 부족해 수급을 맞추는 데 고민했다. 늘어난 인력의 필수의료 투입과 과학자 연구 방안은 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말씀대로 빨리 논의가 됐으면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싸워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해 논의하는 순서와 방법에 차이가 있는데, 잘 협의해서 의료 공백 사태를 빨리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의대 증원 규모의 근거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정부의 추진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오전 차관 답변을 들어보면 2000명 증원안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후 비공개로 했다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 발표했다는 건데 이 숫자가 나오게 된 경위를 정부가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2000명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비과학적인 증원안"이라며 '결국은 총선용 졸속안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당시 보정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오후에 장관이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며 보정심 심의사항이지만 의대정원 규모도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 것처럼 발언한다"며 "군사작전하듯이 의대정원 규모를 발표한 것은 '대통령 뜻 아니냐' 이렇게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통령도 모르는 2000명이 보정심에 과연 올라온 게 맞을까"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의 장종태 의원은 서울고등법원의 의대증원 관련 판결을 급하며 "고등법원도 2000명 숫자 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자료가 없다. 자료를 정확하게 만들어서 국민 앞에 제시하고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지낸 보건의료 전문가인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용산과 여러 차례 논의했고, 2000명을 먼저 제시한 건 복지부라고 얘기했는데 국민들이 이 말을 믿지 않는다"며 "복지부에서 처음 400~500명 수준을 얘기했지만 용산과의 논의 과정에 2000명까지 확대됐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왜 하필이면 2000명일까 국민들의 의아해한다. 30년 의료정책을 했던 저도 이해가 안 된다"며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 국민들은 심지어 이천공이라는 말까지 공유하고 있고. 대통령 격노 때문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이어 "상식이 있다면 이천공은 믿지 않지만 대통령 격노 때문에 이런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 격노로 채해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것처럼 갑자기 의대증원이 2000명으로 바뀐 건 합리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할 수 없다. 장관이 지난 겨울 대통령실 보고를 갔다가 사색이 되어 돌아왔다는 말은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니라고 한다면 판단은 국민들이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민주당 소속의 박주민 복지위원장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부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장관은 2000명으로 결정한 게 수차례 전문가들과 토론해서 과학적으로 산출했다고 하는데 2개월 만에 최종적으로는 1500여명으로 확정하며 4분의 1을 확 줄인다"며 "그렇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필요불가결한 숫자였다면 그럴 수 있나.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숫자를 선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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