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발표
자립준비청년 47% 자살 생각…전체의 4배↑
정신과 문제 31% 1위…경제적 문제 뒤따라
이야기 할 친구·멘토 필요…운동·취미도 도움
12.7% 정신과 질병 경험…8.3% 생활에 지장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자립준비청년 절반 가까이는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청년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최근 1년 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비중도 18.3%로 높았다. 그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들었다. 최근 1년 간 질병을 경험한 자립청년 10명 중 1명은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경험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의 건강·교육·고용 등 자립 실태와 지원 욕구에 관한 조사로 2023년부터 아동복지법에 따라 3년 주기로 실시된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8개 영역별 문항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됐으며 보호종료 후 5년 이내인 전체 자립준비청년 약 1만 명 중 절반 이상인 5032명이 참여했다.
자립준비청년 46.5%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전체 청년의 4.4배
본인의 자립상태에 대한 점수 평균은 10점 만점에 경제적 자립 6.1점, 심리 정서적 자립 6.6점, 사회적 자립 6.6점을 꼽았다. 모든 영역에서 2020년보다 점수가 높아졌다.
자립준비청년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5%로 2020년(50%)보다는 3.5%포인트(p) 줄었지만, 전체 청년(10.5%)보다는 4.4배 많았다. 또 이번에 새롭게 조사한 '심각한 자살 생각' 항목의 경우 자립준비청년 18.3%가 '최근 1년 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30.7%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 문제(28.7%), 가정생활 문제(12.3%), 학업·취업 문제(7.3%)가 뒤따랐다. 2020년에는 경제적 문제가 1순위였으나 지난해에는 정신과적 문제가 1순위로 바뀌었다.
임아람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아동보호자립과장은 "정신과적 문제가 높은 이유를 보니 이전에도 자살 시도 경험이 있있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분들이 많다"며 "자립준비청년이 보호조치 때부터 학대, 버림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아동보호로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설 위주 단체생활은 통제된 환경 등 문제점이 있다"면서 "이전의 심리적 충격, 보호 가정에서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누적된 요인들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자살 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도움은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30.3%)를 1순위로 꼽았다. 운동·취미 등 지원(24.7%), 심리상담 지원(11.0), 정신과 치료 지원(9.6%) 순이었다.
이에 복지부는 17개 시·도마다 설치된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전체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생활 상담을 하고 있다. 우울증 등 자살 고위험군 발굴 시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 정신건강전문기관과 협력해 전문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과 치료비, 생활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시행에 따라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8차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선배 자립준비청년들이 후배들의 멘토가 돼주는 '바람개비서포터즈' 활동 규모도 확대하고 있으며 기업인, 종교인 등 사회적 멘토가 멘토링을 제공하는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확산할 계획이다.
10명 중 1명 "정신과 질병 경험"…8.3%는 일상생활 제한
자립준비청년 중 최근 2년 간 건강검진을 받아본 비율도 53.4%로 절반을 넘겼다. 건강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빈도를 조사한 결과 56.7%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1번 미만(전혀 안 함 포함)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36.2%), 비용이 부담돼서(29.4%),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8.0%)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자립준비청년 중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0년(41.5%)과 유사한 41.6%로 집계됐다.
이들 중 최근 1년 간 1개 이상의 질병을 경험한 비율은 72.4%로 나타났다. 경험한 질병 유형(복수응답)은 내과(45.5%), 이비인후과(28.1%), 치과(25.7%0, 피부과(22.8%) 순이었다. 우울, 불안, 공황장애, 주의력결핍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과 질병 경험률은 12.7%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단순 질병 경험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고 있는 비율을 확인한 결과 8.3%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일상생활에 제한을 가져온 주된 질병 유형은 정신과(51%)가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20.1%), 내과(4.5%) 등이 뒤따랐다.
자립준비청년 5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로는 진료비 부담이 되어서가 8.5%로 가장 많았으며 시간이 없어서는 28.7%를 차지했다.
자립준비청년 54% "부모 있어"…9.5%만 함께 살아
부모가 있는 응답자 중 9.5%만 함께 살고 있었다.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응답자 중에서도 75.2%는 연락을 하며 지냈다. 부모와 연락하지 않는 이유로는 본인이 원치 않음이 57.1%였으며 연락처 모름(26.3%), 부모가 원치 않음(6.9%) 순이었다.
자립준비청년 중 시설 선생님이나 위탁 부모와 관계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92.5%로 매우 높았다. 나쁘다는 7.5%에 그쳤다.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학교·동네 친구(59.0%), 형제·자매(28.3%), 시설 선생님·위탁 부모님(26.4%), 친척(23.8%)으로 나타났다. 없다는 비율은 6.2%로 2020년(7.2%)에 비해 감소했다.
사회로부터의 고립·은둔 정도를 외출 빈도로 조사한 결과 자립준비청년 10.6%는 '보통 집에 있거나 집(방) 밖으로 안 나간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취업 문제가 30.7%로 가장 높았으며 인간관계 문제라는 응답자도 15.2%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 5032명 중 51.9%가 여성 48.1%가 남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22.8세였다. 보호유형으로는 가정위탁이 58.7%로 가장 많았으며 시설 보호유형인 아동양육시설은 31%, 공동생활가정은 10.3%였다.
18세가 된 직후 보호를 종료한 '연령도래 종료자'는 50.4%였으며 18세 이후에도 일정 기간 보호기간을 연장하다가 종료한 '연장보호 종료자'는 49.6%로 집계됐다. 기존에는 대학 재학 등 사유가 있어야만 보호가 연장 가능했으나 2022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이제는 본인이 원하면 별도 사유 없이 24세까지 연장 가능하다.
연장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빨리 독립하고 싶어서가 32.4%로 가장 많았으며 몰라서(17.9%), 취업 등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해서(17.2%) 순이었다. 연장한 주된 이유로는 진학·취업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서가 57.4%로 집계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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