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물가상승률 2%대여도 전기요금 동결
전기·가스 동시 인상할 땐 부담 커 시차 두고 인상
3분기엔 가스요금, 4분기엔 전기요금 인상 관측
가스공사 미수금 14조…"요금 의존해야 하는 구조"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다. 이에 물가 부담으로 상반기에는 미뤄뒀던 에너지 요금 현실화가 올 하반기에는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가스요금을 우선 인상하고 전기요금은 추후에 인상 시기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 논의가 본격화 될 예정이다.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올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을 시사했는데,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점차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이번이야말로 에너지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동시에 인상하기엔 부담이 있어 시기를 달리해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름철에는 냉방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아져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크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가스 사용량이 많아져 가스요금 인상 부담이 있다.
이에 따라 3분기에는 가스요금, 4분기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여름철에 전기요금을 인상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실제로 한전은 전날 올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조정요금 기준이 된다.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가스공사 1분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14조1997억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산 가격보다 싸게 팔면 차액만큼을 향후 가스요금에 반영한다고 보고 미수금으로 계상하는데, 실질적 적자로 볼 수 있다.
가스공사 원가보상률은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액화천연가스(LNG)를 원가보다 싸게 국내에 공급 중이라는 뜻이다. 결국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74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대비 이자율 상승(2.93%→3.93%) 및 원료비 미수금 증가 등으로 차입금 평균 잔액이 증가해 순이자비용만 1조5615억원이 발생한 탓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후 국내 천연가스 수급과 가격 안정에 초점을 두고 체질 개선에 주력했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숙제는 미수금 해소"라며 요금 인상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 공사는 다른 미수금을 갚는 비즈니스 모델도 전혀 없다 보니 요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 안팎에서도 미수금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고 '경영성과 제고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나섰는데, 내부적으로 지속된 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미수금 증가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면 누적 적자는 심해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한전은 B등급을 받았다.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16일 MJ당 1.04원 인상된 뒤 13개월 이상 동결돼 MJ당 16.67원을 유지 중이다.
지난 2022년에는 4월, 5월, 7월, 10월 네 차례에 걸쳐 MJ당 14.22원에서 19.69원으로 대폭 인상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유가와 물가 등 대내외적 변수를 고려해 내달 1일 적용될 가스요금을 논의 중이다. 가스요금은 이달 말에야 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