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소비자물가(CPI) 안정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이 축소되며 불확실성이 짙어진 데다 6월 일본은행 정례회의까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며 달러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유럽 정치 불안까지 달러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 시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단기간 원·달러가 139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본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오전 10시 현재 전일대비 1.0원 오른 1380.3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오른 1383.0원에 거래에 나서 장중 1384.0원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줄였다.
달러 강세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 이날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4.550으로 전일대비 0.354포인트 올랐다. 글로벌 각국의 정치·경제 사정이 맞물리며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달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같은 날 열린 6월 FOCM(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제시된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하 횟수가 기존 3회에서 1회로 조정된 점은 달러 향방에 불확실성을 더하며 하락세를 제약했다.
이어 열린 BOJ(일본은행) 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미뤄지고 예상과 달리 세부적인 국채 매입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점은 곧바로 엔화 약세와 함께 달러 강세를 유발했다. 14일 엔·달러는 장중 한때 158.27엔까지 올라 엔화값은 4월 26일 장중 158.45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어 유럽의 정치 리스크도 부각되며 유로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졌다.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의석 비율이 상승하자 조기 총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극우 집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유럽 정치 불안으로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주 1.06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달러지수 산정 시 비교 대상 통화에는 유로화가 엔화가 포함되는 만큼 유로화와 엔화 약세는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이 가운데 유로화는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6개 통화 중 57.6%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파 진영이 약진하는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에 이어 프랑스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돼, 프랑스와 독일 간 금리차가 확대해 유로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과 BOJ 회의 결과에 따른 엔화 약세, 유럽 정치적 리스크 등에 한동안 원화 약세 압력이 높을 것으로 봤다. 특히 유로화 약세가 한동안 달러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이 확인되며 금리 인하 환경이 갖춰졌지만, 3분기 중 유럽, 일본 등의 선거 일정이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자극해 정치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고, 환율 방어에 취약한 국내 환경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의 하락 시점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시들지 않은 만큼 1400원 터치 가능성은 제약적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최근 환율은 달러 인덱스를 추종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유로화 약세는 원·달러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주 원·달러 예상 범위를 1365~1390원으로 제시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화 하락 명분은 충분했지만, FOMC는 매파적 전망을 제시했다"면서 "한동안 레벨부담으로 인한 약보합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하락 전환할 것"이라며 이번주 원·달러 레인지로 1360~1390원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