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은 제8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노인학대 매년 증가 추세…지난해 2만건
핵가족화·고령화로 老-老 학대 비중 ↑
"부양자 부담 줄이는 복지체계 마련해야"
[서울=뉴시스]홍연우 우지은 기자 = #1. 지난 2월 광주 남구에 사는 84세 노인 A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아내 B(81)씨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아내와 다투던 도중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매일같이 다퉜다고 경찰에 말했다. 유족들 역시 가정불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2. 지난해 7월 인천 부평구에선 72세 노인 A씨가 아내 B(66)씨가 잔소리한단 이유로 집에 불을 지르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A씨는 방화를 위해 라이터용 기름 1통을 구매했을 뿐 아니라 아내의 얼굴도 수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법원은 A씨가 고령이고 치매를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해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65세 이상 노인 학대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노인 학대 3건 중 1건은 배우자에 의해 자행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뉴시스가 만난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만큼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노인인 '노노(老老)' 학대 비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가정과 국가, 민간 시설이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사회복지 전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제8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간한 '2023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만1936건으로 전년(1만9552건) 대비 12.2% 증가했다.
노인학대 신고는 2019년 1만6071건에서 2020년 1만6973건, 2021년 1만9391건, 2022년 1만9552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으나 신고 건수가 2만건을 넘어선 건 보고서 작성 이래 처음이다.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내 학대가 6079건(86.5%)으로 압도적이었고, 시설이 679건(9.7%)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정 내 학대는 전년보다 3.6% 증가한 반면 시설 내 학대는 4.9% 줄었다.
학대 가해자 유형을 보면 배우자가 2830건으로 35.8%를 차지했다. 피해자 3명 중 1명은 배우자에게 학대를 당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까지는 최대 가해자가 '아들'로 조사됐으나, 2021년부터 '배우자'로 바뀌었다. 배우자 학대는 2021년 29.1%에서 2022년 34.9%, 2023년 35.8%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노인 부부끼리 사는 가구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배우자 간 학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해체와 관련이 있다. 노인 부부 둘만 모여 살다 보니 좀 더 건강한 한쪽이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대를 학대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역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노인 단독 부부 세대가 늘어나고, 분가한 자녀들과의 왕래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지 않았나. 때문에 학대 행위자에서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배우자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학대 피해 노인 가구 형태를 보면 노인 부부 비중은 2019년 31.8%에서 2023년 39.0%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는 30.3%에서 28.2%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노인 간 학대를 막기 위해선 부양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 교수는 "노인 부부의 경우 한 사람이 아프게 되면 부양 부담이 순식간에 높아진다. 지속적인 간병이 필요한데 부양자 역시 고령층인 경우 육체적·정신적으로 피로해지며 학대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이유도 노인 부부가 갈등을 빚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간병에 드는 비용 역시 학대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현재는 이런 노인학대를 보고받고 개입하는 기관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도 "'노노(老老)'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선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며 "먼저 국가가 부양자 개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입하고, 가정과 국가, 민간 시설 세 개의 주체가 서로 상호 견제하는 사회복지 전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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