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실패해도 융자 80% 탕감 제도 운용
과거 자원외교 비리로 석유公 등 공기업 지원 제외
野, 예산편성 부정적…정부 "기재부와 제도개선 협의"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최소 5000억원의 시추 비용이 투입될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전 탐사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닻을 올리기 앞서 비용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야당이 연일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부각하며 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가운데 자원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운용 중인 성공불융자 제도조차 활용할 수 없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동해 석유·가스전 발표에 앞서, 지난달 30일 해외자원개발사업자금 융자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융자대상사업 중 정책적 중요사업에 대해서는 최대 융자비율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특별융자 감면비율을 70%에서 80%로 상향했다.
정부는 리스크가 큰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성공불융자 제도를 운용 중이다. 사업이 실패해도 심사를 거쳐 정부가 빌려준 자금의 최대 80%까지 탕감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에특회계)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항목에 398억17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문제는 영일만 시추 사업자인 한국석유공사는 성공불융자 제도를 통해 한 푼도 지원 받지 못한다.
앞서 정부는 자원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성공불융자'를 폐지했다가 재시행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만 지원할 수 있게 제도를 고쳤다.
따라서 현행 제도상 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자원개발에 나서도 해당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석유공사가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릴 경우 성공불융자를 받을 수 있지만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곳을 찾기 힘들다.
올해 석유공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최대 1000억원 정도로 한정돼 있다. 앞서 산업부는 정부 출자와 석유공사의 예산을 절반씩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에특회계 유전개발사업출자금 481억4000만원과 석유공사의 국내 탐사·개발광구 예산 698억원이다.
이마저도 동해 이외에도 서해, 남해 등 국내 대륙붕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동해 석유·가스전 프로젝트에만 쏟아 부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동해 석유·가스전 성공 확률을 20%로 내다본다. 5공을 뚫어보면 1공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1공 시추 작업에 1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부대비용을 제외하고도 최소 5000억원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연말부터 시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프로젝트 착수를 위한 비용만 필요하기에 산업부는 기존 예산을 긁어모아 올해 지출해야 할 비용을 확보했다.
다만 야당이 동해 석유·가스전에 대해 신뢰성 의혹을 제기하며 예산 삭감을 예고하고 있어 내년 예산 확보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추 비용 마련에 한 푼이 아쉬워지자, 산업부는 석유공사도 성공불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논의에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협의가 되면 특별융자 대상에 공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