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민들 "쿵 하며 포탄 떨어지는 소리 생생"
외벽 균열·차량 파손 등 시설물 피해 수십건 접수
[부안=뉴시스]강경호 기자 = “일흔 셋 나이 먹고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니까.”
전북 부안에서 올해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을 가장 크게 느꼈을 인근 마을 주민들은 “포탄이라도 터지는 줄 알았다”며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12일 부안군 보안면의 한 마을. 이 곳은 진원지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져 있다.
마을의 한 창고 벽면에는 지진의 여파로 선명하게 금이 가 있다. 가장 큰 균열의 너비는 손가락 하나가 무리 없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다.
창고 출입구 위쪽에 생긴 균열도 지진의 충격으로 더 벌어졌다고 창고 주인인 오세운(73)씨는 설명한다.
오씨는 “예전부터 금이 있기는 했지만 지진이 있고 나서 여기 균열이 더 크게 벌어졌다”며 “연장을 챙기러 창고 안에 있었는데 ‘쿵’하는 소리가 나 어디서 포탄이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처음 느꼈을 땐 소리가 너무 강렬해 지진인 줄도 몰랐다가 휴대전화 알림을 보고 지진이 났구나 했다”며 “일흔 셋이란 나이 동안 이런 지진을 처음 겪어봐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텃밭에서 밭일을 하던 류재순(59)씨는 지진으로 마을 앞 석산 일부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류씨는 “고추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큰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며 “지진은 오래가진 않았지만 앞에 있던 석산 두 군데에서 돌들이 우수수 떨어지더라”고 했다.
또 “오히려 지진으로 난 소리만큼이나 돌 떨어지는 소리도 꽤 컸던 것 같다”며 “지진이 짧아 다행이지 조금만 길었으면 온동네가 다 무너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집을 나서려는 찰나 소리와 함께 진동이 나 죽는 줄 알았다”, “아침에 갑자기 뭔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는 등의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부안 계화면에서도 지진으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할 뻔하기도 했다.
계화면 한 주택가 골목 앞을 보자마자 푸른 기왓장들이 조각난 채 흩어져 있었다.
이 주택가에 살고 있던 신모씨는 지진으로 떨어진 이 기왓장 때문에 큰일을 당할 뻔 했다며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지진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이로 인해 옆집 지붕 기왓장이 일부 무너져 내리며 신씨의 차 위로 떨어진 것.
신씨는 “김장을 하려고 집 밖으로 나와 잠시 쉬고자 차 옆에 있다가 조금 걷고 있었다”며 “지진 충격과 함께 기와가 우르르 떨어지니 저나 옆에 계신 어머니나 깜짝 놀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 근처에 조금만 더 있었으면 기와를 맞아 크게 다쳤기라도 했을 텐데 기와를 제가 맞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26분께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1도이며 깊이는 8㎞다.
이번 지진으로 전북소방본부에 지진을 감지했다는 119신고는 77건이 접수됐다.
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도 총 32건이 접수됐다. 지진 발생 지역인 부안 31건, 인근 지역인 익산 1건이다.
또 지진 발생지역 인근 지역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장 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