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먼저 남자애들 유혹했을 리 없다"
밀양 사건 후 피해자 본 교사의 글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전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의 피해자를 가르쳤던 교사가 과거 올린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밀양 피해자 담임이었던 분이 올린 글이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지난 2012년 5월 작성된 것이다. 최근 사건이 재조명 되면서 이 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작성자 A씨는 "밀양 지역을 벗어나 서울 학교에 근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밀양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담임으로 추정되는 B씨가 SNS에 올린 글을 공유했다.
B씨는 "8~7년 전에 근무했던 중학교에 한 전학생이 왔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전학생은 당시 시끄러웠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히며 "피해자 어머니는 울면서 '제가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다. 남편은 술만 마시면 우리를 때린다. 큰 애는 미쳐서 방문 밖으론 절대 나오지 않는다. 작은 애만이라도 살리려고 없는 돈에 서울로 갔는데 돈이 없어서 방을 못 얻었다. 그래서 애들은 시설에서, 자신은 여관방에서 잔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씨는 또 "어머니의 오열을 듣고 아이를 보니 안쓰러웠다. 먹고 살아야 하니 치욕스럽게 가해자들과 합의를 봐야 했을 것"이라며 "아이를 한 학기 동안 가르쳤고 대화해 봤기 때문에 이 아이가 먼저 남자애들을 유혹했을 리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한없는 동정을 느꼈고 무서운 선생이었던 나답지 않게 부드럽게 대했지만 단 한 번도 웃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누가 이 아이의 인생을 보상해 줄 것인가"라며 "내가 가르쳤던 어두운 표정만 보이던 작은 아이, 그 아이의 엄마가 꾀죄죄한 몰골로 부들부들 떨며 울던 그날이 풍경이 가해자들 때문에 생각났다"고 분노했다.
B씨는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데 당사자는 어땠을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미성년자 성폭행은 절대 용서해서도 가볍게 차별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44명의 남학생이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가해자 10명을 기소했고 기소된 이들은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았다. 20명은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나머지 14명은 합의로 공소권 상실 처리를 받았다.
44명 중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아 전과기록이 남지 않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이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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