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까지 휴진 현실화 우려…환자 불안감 가중
"환자 목숨 담보 안돼…히포크라테스 선서 허구였나"
[서울=뉴시스] 조성하 이태성 기자 = "저희 같은 희귀 면역 질환자는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데…"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18일 하루 동안 대대적인 휴진을 예고하자 환자와 보호자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증·희귀질환자들은 무기한 휴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위급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원만한 타협을 바랐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희귀 면역 질환 환자 보호자 박모(73·여)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남편의 정기 접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남편은) 꾸준한 간격을 둔 주사 치료가 필요한 희귀 면역 질환인데, 저번에는 파업 때문에 치료 주기가 6개월로 늘어져 남편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또다시 휴진 예고로 엄청나게 불안하다"고 전전긍긍했다.
그는 "이런 질환은 내일 어떻게 쓰러질지 모른다"면서 "담당 의사가 휴진하면 진료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는 의·정 갈등이 네 달 가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협 차원의 집단 휴진 결의로 상황이 더 악화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암으로 3년 간 투병해온 70대 중반 서모씨도 "암 정기 검진 결과가 나오는 것이 다음 주인데 그날이 마침 (휴진 예고일인) 17일"이라면서 "결과를 보는 날인데 휴진이라 치료 적기를 놓칠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어 "동네병원까지 이제 밥그릇 싸움에 동참하겠다는 건데 환자들 목숨을 담보로 그러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생아 때부터 심장 수술을 수차례 받은 한 살 손녀를 안고 내원한 60대 A씨도 "서울대 병원도 휴진인데 동네 병원까지 휴진한다고 하면 이 아이는 이제 정말 갈 곳이 없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제발 서로 양보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대기하는 환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계 집단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날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66·남)씨는 "파업 때문에 지난 3월에 하기로 한 수술이 11일로 날짜가 미뤄졌다"면서 "환자들도 굉장히 피해를 많이 입지만 나라 차원에서도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수술 후 추적 검사를 위해 방문한 문모(67·남) 씨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허구였나 싶다.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를 버리면 안 되는 게 의사인데 다 내팽개치는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전면 휴진을 두고 감정의 온도는 달랐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하루 빨리 갈등이 봉합되길 바라고 있었다.
한편 오는 18일 전국 개원의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되자, 정부는 집단 진료 거부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지자체를 통해 개원의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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