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리정 있는 한강공원 방문 계획도…"조기 게양할 것"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참배객 오가…"매년 오는데도 울어"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최근에 오물풍선 같은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는데 현충일을 좀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시민 사이에는 과거와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됐다.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 등으로 도발을 강행하자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충일이 휴일로만 인식돼 국가 추념일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세간의 비판적 시선과는 다소 대조되는 모습이다.
참수리정이 있는 한강공원에 방문할 계획이라는 이모(26)씨는 최근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공격과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오물 풍선 살포 등 도발 행위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삼켰다.
이씨는 "해군 2함대 복무 당시 과거 연평해전에 나섰던 참수리급 함정에서 근무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맞섰다는 함정에 탄 게 자랑스러워 힘들어도 더 열심히 했다"며 "최근 또 오물풍선이 날아왔다는데 그 배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배모(26)씨도 "요즘 북한 도발로 시끄러운데 현충일을 맞아 70여 년 전을 되돌아보게 된다"며 "그때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강한 대한민국이 있는 것 같다.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보낼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27)씨도 집에서 조기를 게양해 추모에 동참할 계획이다. 김씨는 "과거와 달라진 것 없는 남북 관계에도 그분들도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 같다"면서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현충원) 정문 앞은 참배객이 오갔다.
현충원 정문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제69회 현충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충원으로 이어지는 동작역 8번 출구에도 한송이에 5000원인 국화 매대가 줄지어 있었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참배객들은 삼삼오오 차분한 표정으로 국화를 들고 현충원 묘역에 들어섰다.
서근주(81)씨는 "6·25 전쟁에서 전사한 큰 형 이름이 쓰여있는 비석을 보러 왔다"면서 "전쟁 중에 총상을 입고 육군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서씨는 빨간색과 흰색, 분홍색 꽃으로 이뤄진 꽃다발을 비석 옆에 내려두고 물티슈로 정성껏 비석을 닦았다. 그는 "생화를 사다 놓으면 하루 이틀 지나면 끝"이라며 "치워줄 사람도 없다"고 조화를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매년 오는데도 울고 간다. 항상 울고 간다"며 눈물을 훔쳤다.
매년 현충일이면 이곳을 방문한다는 75세 김모씨도 "죽마고우의 아버님이 6·25 전쟁에서 사고를 당해 이곳에 안치됐다"며 "친구는 십몇 년째 의식 불명인데 나라도 대신 와야 할 것 같아 왔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의 추모열기도 뜨겁다. 현충원이 운영하는 사이버 참배관 코너에는 '나라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등 수백 건의 추모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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